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을 역임했던 칼 아이켄베리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가 미국의 아프간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의견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민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프간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아프간 대사의 극적인 반대의사 표명이 최종 결정에 어떤 파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2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아이켄베리 대사는 지난 주 워싱턴에 두건의 비밀전보를 보내 아프간 추가 파병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전보에서 아프간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탈레반의 증가를 조장하는 상황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부패와 싸우려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추가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이켄베리 대사는 2006~2007년 아프간 미군 사령관을 맡았던 육군 중장 출신이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현 아프간 미군 사령관은 아이켄베리의 이 같은 개입에 대해 크게 분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아프간 미군 증파문제 해결을 위한 안보팀 회의를 주재했다. 2만명 이상, 3만명 이상, 4만명 이상 파견안과,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나머지 한가지 방안 등 4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등 안보라인 고위 관계자들은 3만명 이상 파병안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략회의에 참석했던 미 관료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4가지 방안에 대한 장단점 등을 물었고, 무엇보다 추가 파병이 언제쯤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철수는 언제 가능한 것인지를 집중 점검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안보팀이 제시한 4가지 방안을 모두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아이켄베리 처럼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끝내는 19일 이후 아프간 증파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려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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