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안에는 확실히 금리인상이 없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양준모 SK증권 연구원)
"내년 1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계기로 종전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이 "1분기 인상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임기변수?
그 동안 시장에서 '한은이 내년 1분기에는 반드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던 것은, 지난 9월부터 이성태 한은 총재가 "현재 금융완화 상태는 상당히 강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년 3월 말 끝나는 이 총재의 임기와도 관련이 있었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2%까지 인하한 후 '비정상적 통화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 총재가
최소한 퇴임 전 이를 어느 정도는 정상화 시켜놓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다. 어차피 "더 내릴 수는 없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는 만큼, '올리는 일'만 남은 후임 총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임기 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관측을 깨고 이 총재는 이날 "지금 상황에서는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가는 것이 가져다 주는 이득이 손실보다는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입장선회 배경으로는 ▦경기회복속도가 여전히 불확실한 점 ▦인플레압력 특히 부동산가격 폭등세가 진정된 점 ▦환율하락(원화절상)이 가파른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어쨌든 시장에선 이날 발언 이후 현 2%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흐름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며 "1분기보다는 2분기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내년 초는 재정 긴축의 여파가 좀더 확실해지고 미국 경제도 회복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 내내 금리 인상이 없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행한다면 '소심(?)한 인상'
물론 아직까지는 이 총재가 임기 내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좀더 유력하다. 그래도 이 총재가 4분기 경제성장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한 만큼, 첫 금리 인상은 4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발표되는 1월말 이후, 즉 빨라야 2월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각종 '착시현상'이 없어진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탄탄하다면, 이 맘때쯤 인상을 고려해 봄직하다는 것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수출, 소비, 생산 등이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 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 금리인상 전망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통화완화를 원위치로 복귀한다는 목적이 강한 만큼,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논의가 자칫 인상기조 자체를 의심하는 국면으로 확산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인상 폭에 대해서는 지난달 국정감사 때 제기됐던 것처럼 한번에 0.5%포인트씩 '성큼성큼' 올리는 식보다는 0.25%포인트씩 '소심하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동락 연구원은 "예상대로 내년 1분기에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폭은 0.25%포인트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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