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대한통운 전 사장 곽영욱씨가 참여정부 실세 정치인 3명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져 정치권이 또 한번 검찰 충격파에 휘청거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3명은 현재 야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거물급 인사들이어서 대가성 있는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야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곽씨가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인사는 참여정부 당시 정부와 여당에서 고위급 직위를 지냈다. '박연차 게이트'를 제외한다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기차게 이어졌던 참여정부 실세들에 대한 사정 수사들 중에서도 이만한 거물들의 이름이 한꺼번에 등장했던 사건은 없었다.
물론 지금 단계에서 이들이 사법처리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수사 단서는 곽씨의 진술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서려면 위법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대가성이 있는 돈이라면 뇌물 혐의나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곽씨가 자신의 인사청탁과 함께 이들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대가성이 있는 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곽씨는 2005년 대한통운 법정관리인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07년 3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남동발전 사장에 응모해 선임된 적이 있다.
대한통운 법정관리인을 계속 맡게 해달라는 청탁이나 남동발전 사장 선임과 관련된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가성이 있었다는 판단이 선다 해도 진술만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서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면 불법정치자금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다른 측면에서도 부담은 크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사태가 발생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정치성 보복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더욱 부담스러운 부분은 '친노(親盧)신당'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이 15일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을 시작으로 본격 출범 준비에 나선다는 점이다.
곽씨가 거명한 3명은 신당 가입자는 아니지만 참여정부의 상징적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신당도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실상 재수사에 나선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이나 한나라당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사건과의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이 곱지 않은 시선을 감수하고 수사를 강행할지 그 행보에 한동안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곽씨가 개인적으로 상납받은 대한통운 비자금만 80억원에 달하고 사용액이 밝혀진 돈은 4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수사에 따라 파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진석 기자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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