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처분에 대해 취소판결을 내렸다. 해임처분 절차상 하자가 있고, 재량권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배임 혐의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에 이은 이번 판결로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적어도 법적으로는 부당한 조치였음이 밝혀졌다.
법원도 정 전 사장이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을 포기해 KBS에 손실을 입힌 것은 아니지만,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하는 등 경영 상 과실이 있었던 점은 인정했다. 그렇다 해도, 또 아무리 중립성을 상실한 명백한 정치적 임명이라 하더라도 임기가 남은 사람을 함부로 해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법원 판결의 메시지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고 일부 기관장들의 사퇴를 무리하게 강요한 이명박 정부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이번 판결에서 정부가 얻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인사에 대한 원칙과 태도'다. 공영방송인 KBS 사장이야말로 누구보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이고, 도덕적 결함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에 방송에 대한 전문성, 거대한 조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갈 경영능력까지 필요하다.
그러나 역대 사장의 면면은 대부분 이런 조건과 거리가 멀었다. 어느 정권 가릴 것 없이 자질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적 인사들을 앉혔고, 정 전 사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이른바 정치적 인사를 통해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이 되게 했으며 비전문성과 코드인사로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후임 이병순 사장이 1년 만에 KBS를 흑자로 돌린 것이 우연이나 운이 아니다.
때마침 새로운 KBS 사장 선임절차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치적 오해나 부적절한 논란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을 당부한 만큼 KBS 이사회는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KBS를 잘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을 뽑아야 한다. 사람을 잘못 뽑으면 그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며 바로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KBS는 충분히 경험했다. 선입견에 빠지지 말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경쟁력,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능력과 자질로 후보자들을 평가하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