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투자자들이 워렌 버핏과 관련된 책을 읽고 '가치투자'를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진정한 가치투자자는 찾기 힘들다. 버핏의 투자법은 '장기적으로 성장성 있는 회사 중에서 가격이 싼 종목을 고르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단어는 두 개인데, 하나는 '성장'이고 하나는 '싼'이다. 문제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방점을 '싼'이 아닌 '성장'에 둔다는 것이다.
버핏이 말하는 '성장'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가 1990년대 기술주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사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불확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것이 '운(運)'에 맡겨지는 것을 피한 것이다.
또 '높은 성장'이 아니라,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를 찾았다.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큰 회사는 처음부터 제쳐 두고,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압축하고, 그 중에서도 과도할 정도로 낮은 가격이 형성된 곳에만 투자했다. 적정가격 보다 훨씬 떨어진 주식을 고를 때 단순히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예측이 틀릴 위험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버핏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레이엄은 매우 정형화된 규칙에 의해 투자했는데, 그는 계량적 분석에 따라 투자종목을 선별한 퀀트 투자자(계량적 경영, 경제지표를 분석해 투자하는 투자자)다.
그의 종목 선택 조건 10개 항목을 살펴보면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높은 배당수익률, 낮은 주가자산가치비율(PBR) 등 '싼 주식'에 대한 조건이 5개를 차지하고, 낮은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항목이 3개다.
마지막으로 2개 항목만 이익에 관한 것인데, '과거 10년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7% 이상인 주식'과 '과거 10년간 이익(Earnings)의 감소가 2년을 초과해 발생하지 않은 주식'이다.
이 두 항목은 그레이엄이 높은 성장보다는 이익의 변동성이 작은 기업에만 투자했음을 보여준다. 이익 변동성이 적고, 부도날 위험이 거의 없는데 주가수익비율이 낮은 싼 주식이라면 더 이상 주가가 내리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하락 위험은 최소화하고 상승 가능성이 열려 있는 주식에 투자한 것.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정석이다. 버핏 역시 그레이엄보다는 기업 실적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예측했지만, 궁극적으로 틀릴 가능성을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투자원칙은 동일하다.
'성장'에 초점을 두면 기업 이익의 변동성이 큰 종목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그 변동의 방향성을 쉽게 알기 어렵다면 그것은 '운'에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버핏이나 그레이엄의 높은 성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본질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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