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상장기업 절반 이상이 기부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했어도 1,000만원 이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아름다운 재단'의 전상경 연구위원(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9회 국제 기부문화 심포지엄'에서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된 비(非)금융업체 1,618개의 공시된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 위원에 따르면 작년 기부금이 1,000만원 이하인 기업은 모두 819개(51%)였으며, 이중 362곳은 기부 실적이 전혀 없었다. 반면, 1억원 이상을 쾌척한 기업은 391곳(24%)으로 이들의 평균 기부액은 34억원으로 조사됐다.
기부의 '연말 쏠림현상'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4분기 기부금액은 다른 분기에 비해 평균 2억원 많았다.
이 같은 경향은 기부액수가 많은 기업일수록 두드러졌다. 기부금이 1억원 이상인 기업들의 4분기 기부금액은 다른 분기보다 평균 6억원 더 많았다. 전 위원은 "이는 기업들이 기부를 아직도 '남는 돈으로 하는 1회성 연례행사'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도 기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주권리를 잘 보호하고 공시와 감사기구 원칙을 잘 지키는 등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기업이 매출 및 비용 대비 기부금이 다른 사례보다 더 높았다.
내부자 지분율이 높은 소유자경영 업체는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춘 기업보다 기부실적이 낮고 '4분기 쏠림' 현상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 위원은 전했다.
전 위원은 "상장기업들의 작년 평균 기부액은 매출의 0.12%, 일반 관리비의 0.81%에 불과했다"며 "경기 불황기에는 기부금 지출이 매출 감소보다 더 급속히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기침체로 올해 상반기 평균 기부액은 작년보다 1억원 이상 감소, 매출액 대비 비중도 0.0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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