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 간 교전과 관련해 적지 않은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우선 NLL 월선과 교전을 전후한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은 의도적 도발과 우발적 충돌이라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할 정도로 혼재됐다.
북한 경비정은 이날 한 척만 NLL을 넘었다. 1,2차 연평해전 때 4~5척의 경비정이 NLL을 침범했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교전 당시 NLL 이북 북한 도서인 월래도와 기린도, 순위도에 각각 경비정 1척씩이 배치돼 있었지만 지원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의도적인 도발을 계획했다면 과연 경비정 한 척만 투입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북한은 여러 차례의 NLL 월선 경험을 통해 우리측 해군 함정들의 대응 기동을 파악하고 있다.
이날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자 해군 고속정 4척이 대응기동을 했다. 고속정 후방에서는 초계함(1,200톤급) 1척, 호위함(1,800톤급) 1척이 대기 중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의도 없이 NLL을 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통상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NLL을 침범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이날 인근 해상에 중국 어선이 한 척 있었지만 백령도 북쪽과 동쪽의 NLL 해상, NLL 북쪽 북한 해역 등에 훨씬 더 많은 수십 척의 어선들이 조업 중이었다.
NLL 월선 당시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을 어선 단속 차원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군은 판단하고 있다. 5차례의 경고통신에도 전혀 응답하지 않은 점에서도 그렇다.
이상한 부분은 교전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북한 경비정은 우리 해군 고속정에 50여발을 조준 발사했는데, 고속정 외부 격벽에 맞은 총탄 자국에 따르면 14.5㎜ 기관포로 추정되고 있다.
애초 도발을 계획했다면 전차포를 떼어내 경비정에 장착한 85㎜ 대구경 함포를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남측의 대응사격으로 연기가 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본 북한 경비정은 초기 50여발을 발사한 이후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시속 7마일의 속력으로 북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경비정이 남측 경계 태세를 확인하는 등의 목적으로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했으나 실제 교전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가하자 북한 경비정이 당황해 기관포를 발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보당국 관계자는 "제한된 의도를 가진 도발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박영선 민주당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박 의원은 "치밀한 계획은 아니지만 100% 우발적 월선도 아니란 뜻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에 대해 2004년 이후 5년 만에 경고사격을 가한 우리 해군은 북한측 조준사격에 대응해 고속정에 탑재된 40㎜ 함포와 20㎜발칸포를 발사했다. 약 2분간 고속정 두 척에서 쏟아부은 총탄 수량은 무기 제원을 고려할 때 1,000발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교전수칙에 따른 적절한 대응으로 아직까지 교전 상황 공개를 꺼리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차분한 대응 차원에서 군에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토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은 10일까지 총 47척(경비정 22척, 어선 25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8척에 비해 2.6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10일 서해상에서 발생한 교전과 같은 충돌이 수시로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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