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이 10일 세종시를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만들겠다고 언급하는 등 세종시 수정 추진 방침을 분명히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 친박근혜계가 수정론에 대한 정면 공격에 나서 여권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상당한 안이 있다"며 "불쑥 세상에 내놨다가는 자신이 없어서 내놓지 못했는데, 곧 내놓겠다"고 말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KTV에 출연해 "세종시는 파주시와 아산시처럼 일자리가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며 "세종시를 대덕 연구단지,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연계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세종시 계획은 각 정당의 정치적인 목적과 이해에 따라 만든 것으로 22조5,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엉터리로 만들면 되겠느냐"며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점을 두고서 약속이라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속 세월만 보내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인은 급할 때는 국가대사인데도 국민을 속이는 허위공약을 해도 괜찮으냐"며 여권 핵심부를 겨냥했다.
유 의원은 이어 "정치불신이 가져오는 엄청난 정치적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법으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일조차 일방적 논리로 취소한다면 법치국가라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한나라당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정권을 바꿔준 국민 뜻에 부응하기 위해 수도 분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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