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범이를 드래프트에 나가게 해달라고 학교를 졸라라!"(우리캐피탈 관계자)
"프로에서 준범이를 뽑지 말자고 합의했는데 무슨 소리냐?"(한양대 박용규 감독)
한양대 3학년 박준범(21)이 도대체 어떤 선수이기에 프로배구 드래프트가 파행으로 치달았을까. 박준범 문제로 신생팀 우리캐피탈과 기존 팀 사이의 갈등으로 신인 드래프트가 2009~10시즌이 개막한 뒤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인 드래프트는 시즌 개막전에 하는 게 관례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6일 단장 회의에서 박준범을 지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우리캐피탈에 양보한 1~4순위 지명권을 졸업생에게만 사용하라는 뜻. 그러나 우리캐피탈이 박준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드래프트 파행이 빚어졌다.
한국 최고 왼쪽 공격수?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명장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박준범이 한국을 대표할 왼쪽 공격수가 될 자질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왼쪽 공격수 가운데 최장신(2m)인 박준범은 공격력과 함께 수비력을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가대표 왼쪽 날개는 문성민(23ㆍ할크방크)과 김요한(24ㆍLIG손해보험). 이경수(30ㆍLIG)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들은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불안하다. 이런 이유로 김호철 감독은 "아직 다듬을 게 많지만 준범이가 성민이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발이 느리고 순발력이 부족한 건 박준범의 단점. 하지만 김 감독은 "체계적인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수와 닮은꼴
박준범은 이경수와 닮은 점이 많다. 이경수의 대전 중앙고 9년 후배인 박준범은 어릴 적 "나도 경수형처럼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한양대에 입학해 대학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된 것도 공통점이다.
이경수를 영입하려고 LG화재(현 LIG)가 2001년 드래프트 파동을 일으켰듯 박준범을 지명하려던 우리캐피탈의 욕심은 2009년 드래프트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박준범은 규정상 학교 허락만 받으면 드래프트에 나설 수 있다. 프로 각 구단 이해득실에 따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 셈이다.
박준범 드래프트에 나오나?
배구연맹은 13일 드래프트를 실시한다고 대학연맹에 통보한 상태다. '3학년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없다'는 조건은 없었다. 이에 한양대 등 각 대학은 드래프트 참가를 희망하는 3학년에게 추천서를 주기로 했다.
한양대도 박준범과 위치가 겹치는 졸업생을 함께 뽑아준다면 박준범을 드래프트에 참가시킬 생각이다. 과연 우리캐피탈이 박준범을 지명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킬까?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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