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직원들이 지하철역 석면제거 공사를 하는 업체로부터 부실 시공을 눈 감아 주는 대가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2007년부터 시작된 석면 제거 공사가 부실하게 시행되고 있어 지하철 역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석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해왔다.
방배경찰서는 11일 석면제거 공사를 감독하는 서울메트로 환경감독단 직원들이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받는 데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제3자 명의 통장을 분석한 결과,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대의 금품이 오간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감독단은 노동조합 소속 5명, 본사 직원 1명으로 구성돼 공사중지 명령권 등을 갖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2007년 지하철역 승강장 천장부 등에 함유된 석면의 위해성 문제가 불거지자 18개 역을 석면 특별관리 역사로 지정해 매년 2,3곳씩 석면제거 공사를 시행해왔다. 지하철 2호선 방배역은 지난해 말 공사가 마무리됐고 낙성대역, 서초역, 봉천역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환경운동연합은 올해 2월 자체 조사 결과 서초역 방배역 봉천역의 승강장 내 먼지 등에서 석면이 검출됐으며, 특히 봉천역에서는 석면물질 중 하나인 트레몰라이트가 기준치의 2~5배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당시 "석면제거 공사가 안전 장치 없이 부실하게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석면 제거 작업 시 가설 칸막이와 환풍기 시설 등을 설치해 완전히 밀폐된 공간에서 시행해야 하지만,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경찰은 환경감독단 직원들이 2호선 낙성대역 등의 석면제거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공사 지침을 어긴 것을 눈감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주 안으로 환경감독단 직원 2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들이 공사 지침을 어긴 채 작업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석면제거 공사가 새벽에 진행돼 오전 5시 전후에 끝나는데, 아침 출근길 승객은 석면 위험에 방치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석면은 흡입할 경우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작업장에는 감독관이 상시 근무하며 현장을 감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서울메트로와 서울시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낙성대역의 석면 검출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공기질 측정에 나섰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올 예정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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