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올해 9월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내년부터 해외펀드 비과세 조항을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해외주식형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후 이달 6일까지 거래일 기준으로 41일 연속 순유출 현상이 빚어지고 있으며, 누적 유출 규모도 1조93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회복되는 추세라면 서둘러 환매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당초 밝힌 비과세 조항의 전면 폐지 대신, 투자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하는 등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수익률 40%도 사실상 비과세
삼성증권은 10일 내놓은 분석자료에서 10월말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펀드를 분석한 결과, 일반 투자자의 경우 2010년 말까지 수익률이 평균 40%에 달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익률 40%-비과세 유지'의 논리는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없어져 투자 이익에 세금을 매기더라도 과거 발생한 손실분과 상계되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예컨대 A씨의 경우 2007년 말 1,000원에 가입한 펀드의 2009년 말 기준가격이 800원으로 하락한 반면, 환율상승으로 원금에 환차익만 가산된 '과표 기준가'는 1,100원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2009년 말 A씨의 평가손실은 원래의 투자손실(1,000원-800원) 200원과 환차익(100원)까지 감안해 300원이 된다.
만약 내년에 이 펀드의 기준가격이 1,200원까지 상승했을 때 A씨가 환매한다면, 과세대상 금액은 기준가 상승분 400원(1,200원-800원)이 아니라 400원에서 과거의 손실분인 300원을 뺀 100원과 기존 환차익 100원을 더한 200원이 된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10월말 현재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기준가격이 762원에 불과하고 환차익을 감안한 과표기준가는 1,068원"이라며 "개별 펀드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정부가 마련 중인 절충안으로 계산하면 내년에 펀드 수익률이 44%에 달하더라도 대부분 펀드 가입자는 세금부담이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금보다 펀드를 보라
전문가들은 비과세 폐지에 따른 과세 추정금액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은 세금 변수에 연연하지 말고 펀드의 수익성에만 관심을 두라는 입장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관계자는 "원금 회복이 되지 않았으나 최근 수익률이 개선되는 경우라면 환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연내 환매보다는 내년 혹은 그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 증권사 조 연구원은 "일반 투자자(세율 15.4%)는 세금 부담이 크지 않으므로, 펀드 운용성과만 고려해 환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38.5%의 세율을 부담해야 하는 종합과세 해당 투자자는 해외펀드 일부를 국내 주식펀드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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