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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카메라에 레이저 쏘며 질주… 차 번호판 조작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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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카메라에 레이저 쏘며 질주… 차 번호판 조작의 진화

입력
2009.11.1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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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중순 경기 화성시의 한 사격장에서 BMW 동호회 회원 40여명이 정기모임을 가졌다. 동호회의 인터넷 카페에서 교통 단속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불법 장비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서울경찰청 수사관들이 현장을 덮쳤다.

40여대 중 30여대에 각종 단속 회피용 장비가 장착돼 있었고, 그중 10대엔 베테랑 수사관들도 처음 보는 '잼머'라는 장비가 달려있었다.

잼머가 장착된 차를 몰고 이동식 단속 카메라에 접근하자 차량 내부에 경고등이 켜졌고, 이어 번호판 양쪽에 달린 장비에서 카메라의 속도 측정 레이저를 교란하는 레이저가 발사됐다. 최근 적발된 '제미니'와 작동 방식이 비슷하지만 대응 가능한 주파수 범위가 훨씬 넓어 어떤 이동식 카메라도 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차 소유주 장모(32)씨는 "고정식 카메라를 피할 수 있는 반사띠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이용한 '일지매'를 잼머와 함께 달면 주야간 어떤 카메라도 무시하고 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씨 등은 대만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와 거래하는 정모(33)씨에게 잼머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는 잼머 등 교통 단속을 피하는 불법 장비를 만들어 판매한 정씨 등 12명과 이들에게서 장비를 구입해 사용한 장씨 등 118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0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부평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장비들을 제작하거나 밀수입한 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전자와 개별 접촉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당 20만~30만원씩 3,400만원 어치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거래한 장비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번호판에 반사 물질을 뿌려 카메라가 번호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반사 스프레이, 주행시 바람의 힘으로 번호판이 아래로 꺾이도록 설계한 번호판은 고전적 수법에 속한다. 운전자가 조작해 번호판 위에 차단막을 내리거나 번호판을 뒤집는 방식도 비교적 구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잼머 같은 신종 장비. 번호판 주위에 강한 불빛을 내는 LED 전구를 달아 촬영을 방해하는 '일지매'도 이번에 처음 적발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전류가 흐르는 필름으로, 번호판에 붙이면 카메라 초점을 흐리게 하는 '위저드' 가 일본에서 수입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단속에 나섰다.

장비 구입자 중엔 택시ㆍ버스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운전이 생업인 이들 외에도 의사, 중견기업 간부 등 고소득층과 목사 등이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입건된 장비 사용자들의 과속 단속 기록을 일일이 조회해보니 평균 시속이 제한속도보다 32km 이상 높았다"며 불법 장치 부착에 대한 처벌(현행 벌금 100만원 이하)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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