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거대 강국인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미니헌법으로 통하는 리스본 조약 발효를 앞두고 부각된 양국간 '밀월' 관계는 세계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공영방송 BBC는 10일 각종 이슈들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간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9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총리의 프랑스 전승 기념행사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지로 파리를 택한 메르켈 총리에게 전승기념일 행사 참석을 요청하면서 "11일을 프랑스_독일의 화해의 날로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불과 이틀 만에 양국 정상 간 교차 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FT는 "독일과 우호관계를 더욱 진전시키려는 프랑스의 요청 결과"라고 전했다.
손잡은 독ㆍ불의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유럽연합 초대 대통령 결정도 양국 정상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지하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가장 강력한 후보였고 메르켈 총리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얼마 뒤 메르켈 총리가 "유로화를 쓰지 않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자, 사르코지 대통령도 "처음 거론된 사람이 마지막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동조, 블레어 카드는 폐기 직전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서도 양국은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 9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노력에 불참하는 나라의 수출상품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촉구했다. 사실상 미국, 중국, 인도 등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국을 압박하는 경고였다.
두 정상은 3월엔 경제침체 극복을 위해 주요국들이 더 많은 돈을 경기부양에 투입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경기부양책보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논리였지만 미국 주도 경제 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양국간 협력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프랑스가 매우 적극적인데다 독일도 EU 내부에서 프랑스만한 파트너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BBC는 "내년 영국 선거에서 유럽연합에 부정적인 보수당 정권이 집권할 경우를 대비, 프랑스가 영국 대신 파트너로 독일을 택했다"고 풀이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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