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시된 사법시험에서 '만년 2위' 고려대 법대가 사상 처음으로 서울대 법대를 누르며 법학전공자 합격자 순위 1위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법무부와 서울대,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발표된 사법시험 2차 시험 합격자 1,009명 가운데 법학 전공자가 819명으로 전체의 81.2%를 차지했다.
이 중 고려대 법대 출신 합격자가 155명으로 1위로 오른 반면, 서울대 법대 출신 합격자는 153명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내려 앉았다. 연세대 법대(101명), 한양대(68명), 성균관대(66명), 이화여대(4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동안 사법시험에서 서울대 법대와 고려대 법대는 국내 법조인 양성의 양대 산맥으로 경쟁을 벌여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 법대 출신 합격자 수가 고려대 법대 출신의 2배에 이를 정도로 차이가 났으나, 2000년대 들어 그 격차는 30~50명 수준으로 현저히 줄었고 올해 역전된 것이다.
고려대 법대 정승환 교수는 "이번에 고려대 법대가 근소한 차이나마 앞서게 된 것은 그간 고려대가 국내 최고의 교육인프라와 우수교수진을 확보하고 충실한 교육에 힘쓴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법조인력 배출에서 특정대학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법대 송옥렬 부학장은 "요즘은 사법시험 붙는다고 인생이 바뀌거나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사법시험 결과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작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모(26)씨는 "최근 합격생들이 특목고 출신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내신을 엄격히 적용하는 서울대보다 고려대가 특목고 학생들을 많이 받은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 전형의 다양화로 서울대와 고려대의 학생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사법시험 합격자 판도도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각 대학의 입학정원 차이도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다니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29)씨는 "원래 고려대 법대 정원이 서울대 법대보다 항상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 서울대가 정원을 급격히 줄이면서 2004년엔 정원격차가 30%(고대 291명, 서울대 205명)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예전 같으면 서울대 법대에 갈 인재들 중 상당수가 고려대 법대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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