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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기술유출 확인/ "장사밑천까지 도둑맞으니…" 해외매각 '뒤끝'이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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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기술유출 확인/ "장사밑천까지 도둑맞으니…" 해외매각 '뒤끝'이 안좋다

입력
2009.11.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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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기술유출 사건은 외환위기 이후 반복된 국내 기업의 '묻지마 해외 매각'의 문제점을 또다시 드러냈다. 특히 여태까지는 주로 헐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고 나간 외국계 투기자본이 비난의 대상이 된 반면, 이번 쌍용차에선 가격을 넘어 기술 빼돌리기 문제까지 확인됐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잡음 많았던 해외 매각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 알짜 자산들을 인수한 해외펀드들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투자를 하는 대신 알짜 자산 매각과 유상감자, 고배당 등의 방식으로 단기간에 이익을 회수하는 데 급급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이 같은 논란을 가장 많이 일으켰던 주인공이었다. 론스타는 2003년 극동건설을 1,700억원에 인수한 후 각종 우량 자산 등을 팔고 유상감자와 배당을 거듭, 2,200억원을 회수한 뒤 지난해 웅진홀딩스에 6,6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

스타타워와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 SKC 여의도 사옥 등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도 짭짤한 재미를 보았으나, 외환은행만큼은 오랜 기간 법정 분쟁 때문에 두 번이나 재매각 기회를 놓친 상태다.

론스타 외에도 제일은행을 인수했다가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한 뉴브리지 캐피탈, 한미은행을 인수해 씨티그룹에 매각한 칼라일 등 해외 사모펀드들은 모두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기간산업 매각의 문제점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된 국내 금융기관이 주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면, 정상적으로 해당 산업을 영위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매각된 국내 기업은 또 다른 문제를 겪었다. 기술 유출 가능성과, 국내에서 상당한 규모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국내 주요기업이 해외 본사 사정에 따라 한순간에 파산의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GM대우와 쌍용차다. GM은 GM대우를 인수한 후 적극적 투자나 미래 청사진 제시보다는 소형차 생산기지로만 활용했고, 최근까지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주채권은행이자 2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GM본사의 태도에서 GM대우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진정성을 느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상하이차는 더하다. 신규투자약속을 저버리고 쌍용차를 위기로 몰고 갔을 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지원해 개발한 기술까지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런 문제점 때문에 선진국들은 기술력이 낮은 국가로 자국 자동차 업체가 매각될 때 까다로운 조항을 달거나 기술 이전 혹은 유출이 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 자금난에 허덕이는 미국의 GM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 '험머'를 중국의 텅중(騰中)중공업에 매각키로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험머는 낮은 연비와 세계 자동차의 소형화 추세로 기술 후진국인 중국에 매각을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는 험머를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까다로운 조항을 내걸어 관철시켰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기간산업이나 방위산업 업체 지분을 해외에 매각 시 조건을 철저하게 따지는 보호 장치를 도입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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