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이어 세종시 문제로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엔 친이명박ㆍ친박근혜계간 갈등 양상이 뚜렷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정 대표로서는 글자 그대로 기회이자 위기를 맞은 셈이다.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를 두고 당내 논란이 확산되자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당의 양대 주주인 친이계와 친박계가 각각 '수정 추진'과 '원안 고수'로 갈등을 빚자 "장외에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벌이지 말고 양측 모두 참여해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국민 여론도 적극적으로 수렴하자는 취지"(정 대표의 한 측근)에서다.
하지만 정 대표의 의중은 격화하는 계파 갈등의 벽에 부닥친 상태다. 친박계가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하는 특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일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지만 사실상 거부당했다. 의욕적으로 제안한 특위가 반쪽 기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의 한 축인 안상수 원내대표의 관계도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안 원내대표가 이번에도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특위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 결과적으로는 정 대표의 뜻이 관철됐지만 안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은 향후 당을 이끄는 데 있어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지난 9월 대표직을 승계하면서 스스로 "'독배'를 마시는 심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내 기반이 별로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 광폭 행보를 펼치며 무난하게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ㆍ28 재보선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를 감안하면 세종시 문제는 정 대표의 리더십이 평가 받는 본격적인 시험무대로 볼 수 있다. 꼬인 실타래를 매끄럽게 풀어낸다면 정치력을 인정받으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넓힐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심각한 리더십의 누수를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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