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북미대화 수용을 공식 밝히면서 제재 일변도로 치닫던 북미관계에 일단 국면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7월말 북한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초청 의사를 전달한 이후 3개월여만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말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간 뉴욕접촉에서 이견이 상당부분 좁혀진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대화 상대로 김계관 부상이 아닌 그 위의 강석주 제1부상을 요구했고, 북한은 양자대화에서 6자회담 복귀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선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미대화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 간 첫 접촉이라는 상징성을 갖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북미대화의 성격을 놓고 양국의 입장 차가 크다.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안"이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대화의 목적을 한정하고 있다.
비핵화의 구체적 절차와 관련국들의 상응조치는 추후 열리는 6자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행정부가 이번 대화를 '협상'이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접촉을 실질적 양자협상으로 몰고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성은 2일 "우리의 결론은 조미(북미)가 먼저 합리적 해결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 이전 북미대화에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대화에서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면 자칫 대화가 공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제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크롤리 차관보는 "대화의 초점은 북한의 6자회담복귀와 9ㆍ19 공동성명의 이행 재다짐"이라며 "다른 것들에 대한 주장은 다른 장들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조선반도 비핵화가 실현되려면 조미 적대관계가 청산돼 핵보유를 하게 된 근원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북미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북미대화를 최대 두차례로 끝내겠다는 생각인 반면 북한은 '4, 5번 이상 여러 차례'를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북한이 핵폐기 관련 '통 큰 제안'을 들고 나와 북미대화의 '확대'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의 성격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분명해 이런 전략이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6자회담 연내 재개 가능성에 대해 "북미대화 이후 북한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로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담보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결국 북핵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