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싸워야 한다. 통제불능의 관료적 혼란이 미국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탈하고 있다."
미 하원이 최근 공공보험(퍼블릭옵션)이 포함된 건강보험개혁을 통과시키자 9일 지난 대선 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한 발언이다. 7월 알래스카 주지사직을 던진 뒤 한동안 잠잠했던 페일린의 발언은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개혁을 '죽음의 위원회'에 비유하며 일으켰던 파문에 맥이 닿아 있다. '보수 중의 보수'를 대변하는 페일린은 "의회의 행동은 미국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가로 몰아가고 있다"며 독설을 이어갔다.
페일린의 존재감은 이날 새삼 부각됐지만 그는 이미 물밑에서 차기를 노린 정치적 야심을 다부지게 키워왔다.
그는 17일 출간 예정인 자서전 <불량해지기(going rogue):한 미국인의 생활> 의 마케팅을 위해 다음달 6일 아이오와를 시작으로 사우스다코타,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을 도는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주지사 사퇴 이후 사실상 첫 정치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불량해지기(going>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11ㆍ3' 뉴욕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 대신 제3당인 보수당 후보를 지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화당 후보의 흐릿한 보수색을 문제삼은 것이지만, 당과 대립하면서까지 '이념'을 고수하는 그의 정치에 대해선 여러 추론이 오간다. 우선 2012년 대선이 목표라면 이러한 모습은 득보다 실이라는 비판론이 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스티브 슈미트는 "페일린은 보수층에 갇혀 중도지향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데 2012년 대선은 중도성향 무당파가 승부처라"라고 말했다. 당내 대선 경쟁자인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나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모두 개혁성향의 중도파라는 점에서 페일린이 판단 착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페일린의 행보를 기존 정치논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예비선거는 투표참여 의지가 강한 보수 유권자의 손에 달린 만큼 페일린의 '퇴행적 이념'은 오히려 위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파의 페일린 지지도는 65%에 육박, 당내 어느 경쟁자들보다 높다.
보수당 선거비평가 매트 루이스는 " 이념이 흐릿해지는 시대정신을 페일린이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은 페일린의 이런 행보를 '고위험 고수익' 전략이라고 평한다. 신데렐라 같은 깜짝 등장과 주지사직 사퇴, 이념논쟁으로 이어지는 그의 정치실험이 어떻게 귀결될 지 관심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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