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탕 많이 드시고 내년 시즌에는 더욱더 힘내세요"
평균연령 70대, K리그 최고령 서포터즈로 유명한'우추리 응원단'의 고향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우추리 주민들이 11일 낮 강원FC 선수단을 마을회관으로 초청해 풍성한 시즌 마감 마을잔치를 벌였다.
이 마을은 요즘도 최고령 어르신을 촌장으로 모시고 있으며, 설이면 촌장 등 어르신들에게 합동세배를 올리는 '도배식'을 400년 이상 이어온 미풍양속의 마을이다.
마을입구에 '참이지 고상(고생) 많았소야' 등 구수한 강릉 사투리로 쓴 환영 플래카드를 내건 주민들은 이날 직접 기른 흑염소 4마리를 잡아 정성껏 끓인 탕, 떡과 과일, 막걸리 등을 권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우추리 응원단의 막내 최돈관(40) 총무는 "우추리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강원FC 선수들을 친손자처럼 생각하고 아끼신다"며 "시즌 말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모습을 보이자 염소탕으로 원기를 보충시켜줘야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실행하셨다"고 말했다.
함영진(48) 이장도 "경기가 열릴 때마다 응원전을 펼쳤던 어르신들이 시즌이 끝난 요즘은 심심해하신다"며 "내년에는 올해 패한 것만큼 이겨 우리 마을뿐 아니라 강원도민들에게 많은 힘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추리 어르신들의 선수단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 3월8일 강릉종합운동장의 개막전부터 11월1일 제주의 마지막 원정경기까지 어르신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강원FC의 경기장을 찾았다.
추석 연휴 중 열린 성남과의 원정경기만 차례 때문에 못 갔고 강원FC의 모든 경기에 참가했다. 8월15일 전남 광양에서 열린 원정경기는 휴가철 교통체증으로 왕복 16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했지만 1대4로 패한 선수들이 오히려 걱정된다며 손을 잡고 격려했다.
강원FC는 우추리 어르신들이 보여주신 응원 열정과 사랑에 감사하는 뜻에서 10월24일 대전과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우추리 어르신들을 에스코트단으로 초청했었다.
강원FC 김원동 대표는 "우추리 어르신들이 강원FC를 응원하는 모습은 K리그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이었는데 이렇게 손수 음식까지 대접하시니 선수단 모두 크게 감동했다"며 "내년에는 더욱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K리그 15번째 막내구단으로 올해 창단한 강원FC는 올해 팀성적 13위를 기록했다.
강릉=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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