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는 개인이나 집단이 의견과 주장을 관철하거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다. 정부 청사를 비롯한 관공서 앞이나 도심 광장, 공원 등지에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주최하는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확성기에서는 각종 구호나 노래가 온종일 흘러나온다. 시민들은 고통과 불편을 느끼면서도 머리끈 동여매고 거리로 나선 절박한 사정에 번번이 항변조차 못한 채 함구하고 만다.
대법원은 그제 구청에서 불법 시위를 하면서 장시간 확성기를 켜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에 대해 항소심과 달리 공무집행방해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요건인 '폭행'을 넓게 해석, "집회,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이 합리적 범위를 넘어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이용됐다면 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도한 소음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준 행위는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은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2004년에도 대법원은 "허가 받은 적법한 집회나 시위라 해도 확성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인근 상인들에게 피해를 줬다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집회ㆍ시위 과정에서의 소음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요구나 주장을 알리려고 집회ㆍ시위 주최자들이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집회ㆍ시위라 해도 소음 발생은 어디까지나 사회 통념과 시민의 인내심이 허락하는 '합리적 범위'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집회 시 확성기 소음 기준을 70(야간)~80(주간)dB로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같은 확성기 소음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의 인내와 이해만 바랄 문제도 아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 주장과 요구의 정당성을 앞세우기 전에 다른 시민들의 생업과 행복 추구권도 배려하는 성숙한 집회ㆍ시위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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