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의 꽁치김치찌개집 간판은 보고 또 봐도 웃음이 난다. 맛집으로 뽑혀방송을 탔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뽑아 창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비릴줄 알았는데 아녜요'라는 출연자의 이야기와 군침을 흘리며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는 출연자들의 익
살스런 표정 사이로 사장님 사진이 붙어 있다.
그밑에뜬자막. '자나 깨나 생꽁치 생각뿐인 사장님.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 가게 안은 늘 소란스럽다. 꽁치살을 바르는데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남자들의 대화가 건너왔다. 말수가 적은 두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이 많은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내가 지한테 얼마나 더 사랑을 줘야해?" 이번에도 동행들은 별 응답이 없었다. 김치찌개 3인분을 한 냄비에 끓여가며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듯했다. 다른 걱정으로 친구의 사랑 타령을 들어줄 여유가 없는 걸까. 머쓱해진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꼭말로 해야해?" 문득 그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가 바라는건 고맙다거나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었다거나 하는 말 한마디인 줄 모른다.
자나 깨나 생꽁치 생각뿐인 사장님, 그래서 김치찌개의 맛도 한결같을 것이다. 그의 사랑이 예전같지 않다는걸누구보다도 그녀가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나 깨나 누군가를 무언가를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을이 깊었다.
소설가 하성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