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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자나 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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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자나 깨나

입력
2009.11.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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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의 꽁치김치찌개집 간판은 보고 또 봐도 웃음이 난다. 맛집으로 뽑혀방송을 탔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뽑아 창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비릴줄 알았는데 아녜요'라는 출연자의 이야기와 군침을 흘리며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는 출연자들의 익

살스런 표정 사이로 사장님 사진이 붙어 있다.

그밑에뜬자막. '자나 깨나 생꽁치 생각뿐인 사장님.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 가게 안은 늘 소란스럽다. 꽁치살을 바르는데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남자들의 대화가 건너왔다. 말수가 적은 두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말이 많은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내가 지한테 얼마나 더 사랑을 줘야해?" 이번에도 동행들은 별 응답이 없었다. 김치찌개 3인분을 한 냄비에 끓여가며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듯했다. 다른 걱정으로 친구의 사랑 타령을 들어줄 여유가 없는 걸까. 머쓱해진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꼭말로 해야해?" 문득 그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가 바라는건 고맙다거나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었다거나 하는 말 한마디인 줄 모른다.

자나 깨나 생꽁치 생각뿐인 사장님, 그래서 김치찌개의 맛도 한결같을 것이다. 그의 사랑이 예전같지 않다는걸누구보다도 그녀가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나 깨나 누군가를 무언가를 생각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을이 깊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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