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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시아 법률시장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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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아시아 법률시장 주도권

입력
2009.11.1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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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는 동안 글로벌 법률시장이 형성돼 발전해 왔다. 영ㆍ미 법률 선진국의 거대 로펌들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에서 기업과 자본의 세계화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법령에 관한 자료축적, 해석론의 발전, 국경간 거래의 법률실사와 계약서 작성의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영ㆍ미 거대 로펌의 진출

자유무역협정(FTA)과 다자간 협상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법률시장도 개방되고 국경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법조인 양성시스템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변호사의 적정한 숫자가 얼마인지 논의하는 데도 이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법률시장의 추세를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2012년부터 다양한 배경과 전공지식을 가진 변호사가 해마다 2,000명 가까이 배출된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 여부가 논란될 정도이다

한국 로펌과 변호사의 미래 비전을 아시아 법률시장의 주역 자리에 둘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글로벌 코리아라는 국가비전에 부합하고, 다양한 전공이력과 영어 구사력을 갖춘 로스쿨 졸업자를 흡수, 국내 법률시장의 포화 상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의 거점도시인 울란바트로, 베이징, 상하이, 홍콩, 하노이, 호치민, 프놈펜, 자카르타, 싱가포르, 마닐라, 도쿄 등지를 법률서비스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한국 로펌이 활약하는 그림을 상상해 보자. 기업, 정부와 다양한 조직의 국제적 활동에 한국 로펌이 언제 어느 국가에서든 편안하고 든든한 법률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진출국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법제도 수립과 기업 인수합병, 투자에 관련된 각종 형태의 조언과 조력을 하면서 영향력을 가지고 총체적으로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물론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미 웬만한 아시아 거점국가와 도시에는 영ㆍ미 로펌의 장악 범위가 넓다. 또 이들에 비해 우리는 영어에 약하며, 의뢰인과의 다면적 소통능력과 현지 문화 적응력이 부족하다. 국내 로펌의 글로벌 성장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적다. 이런 제약을 넘어서려면 로펌과 전문용역회사와의 동업과, 변호사가 아닌 투자자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로펌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 로펌들은 외국인 투자가 활발한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에 해외지사를 설치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법률수요 급감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일부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로펌이 실질적으로 글로벌화하려면 장기적 성장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적ㆍ 물적 자원을 확보, 배분하는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라는 교훈도 얻었다. 한국 변호사들은 뛰어난 법적 분석력과 추진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 로펌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강력한 경쟁 상대

일본 변호사들이 해외 진출에 소극적인 데 비해 중국 로펌과 변호사는 활발하게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영어ㆍ중국어 동시 구사가 가능한 중국 변호사는 아시아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다. 한국 법조인의 무대를 아시아로 넓히는 것은 중국 로펌 진출이 본격화하지 않은 지금이 적기이다. 소수 기득권자로 비판 받아온 우리 법조인들이 글로벌 코리아에 기여할 수 있다. 과거 법복 입은 판ㆍ검사가 법조인의 상징이었다면, G20 정상회담 개최국이 된 지금 법률시장의 공급자인 로펌과 변호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을 활용해 아시아 법률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서는 안 된다.

박종백 변호사ㆍ법무법인(유) 에이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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