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에 월남한 아버지가 북한에 남긴 자식들이 친자 확인을 청구해 법원이 남한의 이복 동생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1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남매가 "월남한 아버지의 자녀임을 인정해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남한에 사는 이복동생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명령했다.
윤씨 등은 친자 확인을 위해 자신들의 손톱, 머리카락 등을 북한을 왕래하는 민간단체 관계자를 통해 선친과 함께 월남한 친누나 앞으로 보냈다. 법원은 남북 형제들의 유전자 표본을 이용해 이들이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 맞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 남북한 이복형제 사이에는 재산분배 소송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북한의 윤씨 4남매는 남한의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아버지가 남긴 100억원대 유산 중 부동산 일부와 25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재판부는 "가정법원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재판을 중단한 상태라, 이번 유전자 검증이 재산분배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동생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물게 되며, 끝내 검증에 불응하면 관련 소송에서 법관의 심증 형성에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평남 순천에서 의사로 일하던 윤씨의 아버지는 전쟁 발발 직후 북한에 2남3녀와 아내를 두고 장녀와 함께 월남한 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며 재혼해 2남2녀를 낳았고, 1987년 숨졌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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