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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꿈꾸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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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꿈꾸는 카메라

입력
2009.11.1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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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카메라를 구입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있었지만 좀더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구실이었다. 따끈따끈한 신형이던 그 카메라는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시리즈에 밀리더니 지금은 아예 '고릿적' 물건이 되어 버렸다.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 기능보다 화질 면에서도 떨어진다. 평소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어쩌다 사진이 필요할 때면 몇 년 전 사진을 보내 젊어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사진을 찍다보면 정작 봐야 할 풍경을 놓친다. 사진을 찍히느라 여기저기에 가 서서 포즈를 잡는 일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곧 카메라다, 라는 고집은 오랫동안 바라보고 돌아와서도 본 것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문득 생각나는 이가 있다. 그 노인은 경유지인 인천공항에서부터 비디오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일행이 움직일 때면 늘 몇 미터 뒤처졌다. 일본인들이 사진 찍기를 즐긴다지만 그분은 좀 지나친 듯했다. 관광지 곳곳에서 그 일행과 부딪혔는데 그때마다 그 노인은 비디오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눈을 댄 채 한참 뒤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다녀온 곳이 빠짐없이 기록물로 남겠지만 그가 본 모든 풍경은 작은 사각형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관광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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