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의 일관 제철 사업은 1980년대 후반부터 구상한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춘 제철회사로 우뚝 서게 하겠습니다."
11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동부제철의 제철공장 준공식은 김준기 회장에게 무엇보다도 뜻 깊은 의미를 지닌다. 고철을 녹여 쇠를 만드는 전기로 방식의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연산 300만톤)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의 제철공장 건설 꿈은 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합금철 제조로 철강업에 뛰어들었지만, 제대로 된 철강사업은 아니었다. 건축자재 등 완제품을 만들긴 했어도 원료(열연강판)를 밖에서 조달하는 탓에 '의존형 제철'사업에 그쳤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원료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 단위의 거액 투자비 문제, 철강재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열연강판을 해외나 국내업체(포스코)로부터 가져와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마진이 크지 않았다. 영업이익율은 1% 정도로, 포스코(20%)나 현대제철(13%)에 비해 턱없이 낮다. 하지만 이번 공장 가동으로 영업이익율이 12%대로 크게 오를 전망이다. 김 회장이 경쟁력을 자신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제철공장은 '그린 성장'에 잘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회장은 "국내 자급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자원(고철)을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방식의 4분의 1에 그친다. 탄소배출권 규제가 강화될 경우 탄소 거래를 통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다만,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제품 질이 고로 방식보다 낮다는 게 흠이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 기술혁신 덕분에 고로 제품의 95%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고로 방식의 동경제철도 도요타 자동차강판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을 정도로 전기로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동부제철은 총 1조500억원을 들여 연산 300만톤 규모의 제철공장을 본격 가동함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3번째로 원료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일관 제철회사로 태어났다. 김 회장은 "이번 제철공장 건설은 동부제철이 연산 1,000만톤 규모의 글로벌 제철회사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며 제철 사업을 추가 확대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은 그룹 유동성 문제 등에 대해 "반도체 외에는 부실회사가 없다. 자꾸 동부가 잘못된다는데, 어떻게 금융 부문이 잘못되느냐"며 "금융, 건설, 화재, 화학 등에서 수익이 적지 않기 때문에 반도체만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다.
당진=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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