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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존도 첫 90% 돌파… 내수 취약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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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존도 첫 90% 돌파… 내수 취약 '경고등'

입력
2009.11.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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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가 사상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국민경제가 외국의 사정에 따라 울고 웃는 정도가 심해졌다는 얘기인데, 내수시장 확대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1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92.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역의존도는 국민소득 또는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수출입총액의 비율.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GDP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둔화된 반면 수출 13%, 수입은 22% 등 각각 두 자릿수 증가함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2000년 62.4%를 기록한 뒤 2002년 54.6%로 다소 줄었다가 2003년 57.9%, 2005년 64.6%, 2007년 69.4%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왔는데 지난해에는 20% 포인트 이상 급등하면서 90%선을 넘어섰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조선 분야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90%를 웃도는 무역의존도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라며 "정부는 내수 시장을 키우면서 고용도 늘리고, 장기적으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수서비스 시장 확대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하에서 무역 의존도가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높은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급증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 의존도는 93개 주요국 가운데 11위로 최상위권. 사실상 '도시국가'로서 무역중개비중이 절대적인 싱가포르와 홍콩이 각각 361.7%와 348.4%를 기록하며, 무역 의존도 가장 높은 국가(지역)로 꼽혔다. 이어 벨기에(188.3%), 말레이시아(168.5%), 슬로바키아(152.7%), 헝가리(138.2%), 체코(133.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격한 세계 수요 감소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곳들이다.

반대로 무역의존도가 낮은 국가는 일본(31.6%), 인도(37.7%), 호주(39.1%), 영국(41.2%), 스페인(43.3%), 프랑스(46.0%), 러시아(47.0%) 등 대체로 인구가 많고 내수 시장이 발달된 나라들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무역의존도 급등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감했던 경제 성장률과 치솟은 환율에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수출과 수입이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여기에 상응하는 수준의 내수시장 확대로 내외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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