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광기씨 아들 석규(7)군이 감기 증상을 처음 보인 지 불과 이틀 만에 신종플루 합병증으로 숨지는 과정에서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투약 시기를 놓쳤던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확진 판정 전 항바이러스제 투약에 대한 모호한 지침, 간이검사의 부정확성 등이 항바이러스제 투약에 대한 환자들의 딜레마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유치원에서 목 감기 증상을 호소해 귀가한 석규군은 곧바로 동네 병원에서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진단받고 감기약 처방을 받았다. 이 때 '증상이 악화되면 24시간 내에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된다'는 말만 들었다.
다음 날 오전 다시 고열 증세가 찾아와 동네 다른 병원을 찾았고, 여기서 타미플루 처방전을 받았으나, 이 때도 "당장 신종플루 증상을 보이진 않지만, 증세가 보이면 타미플루를 투약하라"는 정도의 얘기만 들었다.
증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여긴 이씨는 석규군에게 감기약만 먹였고, 이날 저녁 7시께 석규군이 구토 증상을 보이자 일산병원 응급실로 급히 데려갔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신종플루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급성 폐렴'으로만 진단돼 타미플루 투약은 계속 지체됐다.
병원 측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확진검사를 위한 시료를 채취한 뒤 석규군을 신종플루 격리병동으로 옮겼고, 8일 새벽 3시께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자 중환자실로 옮겨 호스로 타미플루를 투여했지만, 회복하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이씨 소속사인 MK엔터테인먼트 측은 9일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아 (이씨가) 타미플루 대신 일반 감기약을 먹였다"며 "초기에 증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 보니 타미플루 복용시의 부작용을 우려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는 신종플루 확진 판정 전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선제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은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투약을 망설이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일선 의사들조차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해주면서도 "증상이 심하면 먹여보라"는 식으로 사실상 부모에게 투약 여부를 맡기는 실정이다. 여덟 살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권모(42)씨도 "가벼운 감기증상으로 타미플루 처방을 받긴 했으나, 감기가 심해지면 복용해보라는 식이었다"며 "아무래도 꺼림직해서 경과를 지켜보고 먹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확진검사의 경우 판정이 나오기까지 2~3일 걸리고, 간이검사는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이 이 같은 혼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석규군 역시 간이검사에는 음성판정을 받아 타미플루 투약 시기가 더 늦어지게 됐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100% 안전한 약은 없는데 부정적인 측면만 너무 부각돼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복용하지 않아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이 훨씬 크다는 말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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