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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아 미·소 대응 담은 비사 공개…"소련, 베를린 장벽 붕괴 오히려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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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아 미·소 대응 담은 비사 공개…"소련, 베를린 장벽 붕괴 오히려 환영"

입력
2009.11.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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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은 9일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당시 사건에 대한 소련과 미국의 대응을 담은 비사(秘史)가 공개됐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국가안보문서연구소 토마스 블랜튼 박사팀에 따르면 소련은 베를린 장벽 붕괴를 오히려 내부적으로 환영했으며, 어떤 군사적 대응도 고려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공영라디오(NPR)가 이날 보도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가 있었던 1989년 11월9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주재한 아침 회의에서 동독문제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 동독 정부가 동독 주민들의 서독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하고 그날 밤 장벽이 붕괴됐지만 비서진은 고르바초프를 깨우지 않았고, 심지어 다음날 아침에 긴급회의 조차 소집하지 않았다. 소련이 동유럽 개방문제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기만을 바랐다는 점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고르바초프의 외무담당 비서였던 아나톨리 체르니예브는 자신의 다이어리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다. 사회주의 시스템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오늘 (불가리아) 토도르 지브코프의 사임소식을 들었다. 이제 '우리의 친구'는 (쿠바) 카스트로와 (루마니아) 차우세스쿠, 그리고 (북한) 김일성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개방을 추진하는) 우리의 배짱을 싫어한다"고 기술했다.

이와 함께 체코가 동독 주민들의 망명행렬을 견디지 못해 베를린 장벽 붕괴 전에 동독정부에게 "동독 주민들이 곧바로 서독으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실상 베를린 장벽 해체를 요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긴장한 것은 오히려 소련보다 미국이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 붕괴 소식을 접한 이후 몇 달 동안 "상황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고 노심초사했다.

국가안보문서연구소는 베를린 장벽붕괴에 대한 정부문서들을 토대로 내년에 <역사의 걸작: 1989년 유럽에서 냉전의 평화적인 종말> 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예정이다.

한편 이날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장벽붕괴 20주년 기념행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10만여명의 독일 국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로 동유럽 민주화를 촉발시켰던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1.5㎞에 이르는 1,000개 도미노 패널을 넘어뜨리는 장면으로 장벽 붕괴 상황을 재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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