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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축구의 희망을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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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국축구의 희망을 쏴라

입력
2009.11.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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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최근 잇단 승전보로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제2의 르네상스'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달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청소년축구대표팀이 18년 만에 8강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17세 이하 아우들이 22년 만에 8강에 올라 한국축구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특히 17세 이하 막내 대표팀 선수들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축구에 입문한 꿈나무들이어서 더욱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여자골프에 '세리 키즈'가 있다면 축구에는 '박지성 키즈'가 있는 셈이다.

한국축구는 한일월드컵 4강 이후 한 때 홍역을 치렀다. 2006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 프레레 감독이 경질됐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 체제로 나선 본선에서는 16강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이즈음 '뻥축구' 회귀론이 나오면서 세계무대에서 한국축구는 16강이 마지노선이 돼 버렸다. 성인대표팀은 물론 20세 이하, 17세 이하 대표팀들도 16강 벽에서 번번히 막히며 돌아서야 했기 때문이다. 2003년 20세 이하 대표팀이 1승2패로 간신히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일본에 1-2로 패했다. 2005년 네덜란드대회에는 박주영이라는 '축구천재'를 앞세워 기세등등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스위스와 브라질을 넘지 못하고 조별리그 탈락했다.

17세 이하 아우들의 성적은 더 형편없었다. 1989년 3회 대회부터 2001년 9회 대회까지 7회 연속 아시아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1987년 8강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16개국이 참가, 2009년 대회보다 8강 진출의 의미가 떨어진다.

축구 꿈나무들이 차세대 성인대표팀이 될 재목이라면 한국 축구의 뿌리는 튼실해진 셈이다. 최근 청소년 축구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유소년 시스템의 정착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꿈나무들은 한일월드컵을 통해 갖춰진 인프라와 이후 축구협회가 본격적으로 도입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이다. 유소년 전임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운영한지도 10년째다.

17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광종 감독의 스타성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이광종 감독은 2000년부터 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키워와 어린 선수들의 장단점, 성향 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어린 선수들은 세밀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직접 보여주며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스타 출신보다는 유소년 육성 전문지도자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청소년대표팀이 보여준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큰 수확이다. 옛날 같으면 선제골을 허용하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가나와의 8강전(2-3패)에서 보여준 '홍명보호'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칭찬을 받기에 충분하다. 단지 8강 진출이라는 성적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플레이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 등 매 경기 보여주는 축구 꿈나무들의 '질적 성장'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담보하고도 남는다.

이제 축구 꿈나무들을 어떻게 거목으로 키우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박주영 신드롬'을 돌이켜 볼 때 그의 다소 더딘 성장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청소년 때 반짝 각광을 받은 뒤 도태된 비운의 스타들을 보면 꿈나무는 발굴 못지 않게 키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7세 이하 대표팀의 이종호 손흥민 등이 성장통을 겪지 않고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곧게 자라주길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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