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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누나' 같은 드라마 속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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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누나' 같은 드라마 속 엄마들

입력
2009.11.1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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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한날 한시에 청상과부가 된 두 동서의 이야기를 그린 KBS1의 인기 일일드라마 '다 함께 차차차'엔 '젊은' 엄마들이 등장한다. 과부 오동자 역을 연기하는 박해미의 실제 나이는 44세. 적어도 20대 후반은 됨직한 아들 진우(오만석)와 20대 딸 진경(박한별)의 엄마 역을 맡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편이다.

박해미는 또 다른 과부 하윤정 역을 맡은 심혜진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수현(이청아)의 엄마 역을 맡기에는 심혜진의 나이(42)가 너무 적다. 윤정과 수현은, 엄마가 고등학교 시절 '사고'를 치지 않는 한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모녀 관계처럼 보인다.

TV 드라마 속 엄마들이 너무 젊어지고 있다. 결혼을 앞둔 자녀들의 행보에 노심초사하는 TV 속 엄마들의 실제 나이가 50이 안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현상이 지상파 방송 3사의 거의 모든 TV 드라마로 퍼져 극적 사실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주인공 태경(장근석)은 모하란(김성령)을 엄마로 두고 있다. 드라마에선 모하란이 아주 젊은 나이에 태경을 임신한 것으로 설정됐지만 20대인 태경의 엄마치곤 젊다. 김성령의 실제 나이는 42세다. SBS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과년한 두 딸을 둔 공주희 역의 허윤정은 43세다. 내달 전파를 탈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선 조민수(44)가 고수의 엄마 역을 연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혜옥(51), 양희경(55), 오미희(51), 이보희(50), 정애리(49), 이혜숙(47) 등 실제 나이 50세 전후의 여배우들이 엄마 역할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양반에 속한다.

결혼 적령기의 아들을 둔 엄마다운 엄마는 KBS2 주말드라마 '열혈장사꾼'에서 자동차 영업사원 하류(박해진)의 엄마 역을 연기하는 정영숙(62),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의 피혜자 역 한혜숙(58), MBC 일일드라마 '살맛 납니다'의 고두심(58) 정도에 불과하다. KBS2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이효춘은 59세이지만 중년의 인상이 물씬 풍기는 안내상과 오대규가 아들로 출연, 현실감이 떨어진다.

성인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의 등장은 국내 여배우 층이 얇다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젊은 여배우들은 넘쳐나지만 50대 중ㆍ후반 이후 역할을 할만한 여배우는 정작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몇몇 배우가 20개 가까운 TV드라마의 엄마 역할을 겹치기로 맡자니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또 그 배우냐'는 시청자들의 지청구도 신경이 쓰인다. '다함께 차차차'의 김영균 PD는 "등장 인물들이 상당히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는 설정을 했음에도 젊은 이미지가 남은 배우들이 엄마 역할을 하니 시청자와 괴리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의 내용이 간결해지면서 여배우들의 배역이 줄어들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0대 초반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젊은 아줌마인 미시 역할을 하다 바로 장성한 자녀를 둔 엄마 역할로 건너 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가 요즘 너무 자극적이어서 감초 역할이라 할 고모, 이모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다"며 "여배우 입장에선 탐탁지 않겠지만 엄마 역할이라도 맡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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