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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킬리만자로와 환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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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킬리만자로와 환경주의

입력
2009.11.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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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거의 다 녹아 내렸다는 기사가 지난 주 관심을 끌었다.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으로 유명한 만년설 빙하가 1912년 측정 때에 비해 85%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2000년 이후 26%가 감소할 정도로 녹는 속도가 빨라 10~20년 뒤에는 전설로 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환경의식이 남다른 우리 언론도 크게 다뤘다. 헤밍웨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을 언급하며 자못 비감(悲感)에 젖은 논객들도 있다.

■킬리만자로 만년설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에서 온난화의 대표적 피해 사례로 들어 더욱 유명해졌다. 온난화 경고 포스터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흔히 아는 것과 달리 '부적절한 사례'라는 비판이 많다. 빙하 전문가들의 공인된 연구에 따르면 킬리만자로 만년설은 극지 빙하와 달리 대기온도 변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그보다 적도(赤道) 태양열에 직접 노출돼 기체로 승화하는 것과 새로운 강수(降水)가 얼어붙는 비율에 따라 늘거나 줄어든다. 급격한 해빙은 지속적인 강수량 부족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그것도 온난화 영향"이라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 만년설은 100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1880년~1953년에 이미 66%가 감소했다. 그런 만큼 1970년대에 본격화한 온난화와 연결 짓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다. 지금의 만년설 상태는 1만1,000년 전과 비슷하게 되돌아간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환경론자들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선정적 주장은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막는다"고 우려한다. <킬리만자로의 눈> 의 그릇된 상징 효과에 마냥 기대는 것은 어리석다는 지적이다.

■킬리만자로 기사와 함께 영국의 환경관련 재판논란이 눈에 띄었다. 거대 부동산 기업의 '지속 가능'담당, 환경담당 임원이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자 "온난화 대책을 둘러싼 경영주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해고 무효소송을 낸 사건이다. 법원은 종교와 신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고용평등법을 내세운 원고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를 반길 듯한 환경주의자들은 오히려"환경주의가 사실과 과학이 아니라 종교와 신념에 입각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4대강 논란 등 우리의 '환경주의'논쟁은 무엇에 입각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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