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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속도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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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속도 위반

입력
2009.11.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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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속도 위반에 대한 이야기를 큰애와 나누었다. 물론 그 과속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예전엔 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꿈도 못꿨다. 빙빙 돌려 어렵게 이야기라도 꺼낼라치면 어김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금기 중 금기였다. 이젠 이런저런 기사들이 인터넷 메인으로 뜨니 사무실에서 집에서 정보를 아이와 공유할 수밖에 없다.

'요즘 애들'이라는 전제 하에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책임질 줄 알고 난 괜찮은데…" 우리가 결혼 적령기에 있었을 때도 친구들 사이에 간혹 그런 일이 있었다. 드러내놓고 말 못하는 대신 혼수 장만이라는 비유를 썼다. 그런데 돌아온 아이의 반응이 놀랍다. "엄만 내가 그래도 좋아?" 요즘 잇단 연예인들의 속도 위반 기사를 모르는 바 아니다. 콘서트에도 쫓아다니고 신보가 나올 때마다 구입하던 한 가수의 혼전 임신 소식에 큰애는 놀랐다. 한 연기자의 광고를 볼 때마다 혼전 임신을 떠올리면서 매번 실망스럽다고도 말했다.

십대 임신이 있는 한편 많은 아이들이 아직도 혼전 순결을 소중히 여긴다는 말도 했다. 우리 때와 비슷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왜 '속도 위반'이라는 감 떨어지는 말을 아직도 계속 쓰는지 의아했다. 평소 결혼과 임신을 속되게 표현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다. 아무래도 큰애는 속도 위반이라는 말에서 범칙금을 떠올리는 듯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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