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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강원 홍천 월운리와 인제 월학리 '마을 영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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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강원 홍천 월운리와 인제 월학리 '마을 영화' # 1

입력
2009.11.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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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금광이 어디예요?""위험해요 가지마요! 고향 놔두고 타국에 와서 고생들이야" "저기가 금광이야. 난 안가 무서워"

배우로 출연하는 할아버지,이주여성들끼리 주고 받는 대사 솜씨가 꽤나 자연스러워 보인다.학교가 끝나고 촬영을 도우러 딱딱이(슬레이트,장면을 표시하는 소도구), 붐 마이크를 들고 풀숲을 헤쳐 오음산 자락 폐광이 된 금광 굴까지 밀고 당기고 서로 장난을 치며 따라 나선 월음분교 아이들도 처음으로 해보는 영화촬영이 신기했는지 조금 전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마을극장 앞 촬영장. 신지승 감독의 사인이 떨어지자 잔치에 쓸 떡을 준비하기 위해 떡메를 치는 남정네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동네 아낙과 할머니들이 대사를 서로 받아 치며 연신 웃기 시작한다

".한번 더 가겠습니다"라고 말해도 인상 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그냥 좋기만 하다.

또 다른 마을. 김장을 준비하는 아주머니들 앞에서 카메라를 잡은 이은경 PD가 촬영하기 직전 분위기를 잡기 위해 말을 건네자 연신 집안 얘기를 하며 즐거워 한다.마늘 씨를 뿌리기 위해 쟁기로 밭을 가는 아버지와 아들도 촬영이 가능하냐고 묻자 흔쾌히 승락했다.

강원도 홍천군 동면 월운리. 그리고 인제군 북면 월학리. 평범한 강원도 산골마을이다. 추수도 끝나고 농한기로 접어드는 요즈음 이 곳 주민들은 노인,어른,아이 모두 '마을영화' 만드는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마을영화'. 말 그대로 마을 주민들이 배우,스?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자신들이 만든 작품까지 함께 보는 마을공동체 영화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화려한 스타도 조명도 없다.그렇지만 소박한 일상 속에서 나오는 주민들의 연기는 질그릇같이 투박해도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문화의 변방에서 살아 온 주민들에게 영화 만들기는 처음엔 생소하고 어색한 그 무엇이었다. 극장에가서 영화보기도 힘든 현실속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영화를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하지만 10년전부터 마을영화를 만들어온 신지승 감독과 이은경 PD가 공을 들이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 월운리 이장을 지낸 남궁경원(46)씨는 바뀐 분위기를 이렇게 귀뜸 했다.

"5년전 월운리에서 처음 시작할 때 반대가 심했어요.영화는 무슨 영화냐고.그런데 막상 주민들이 촬영이 시작되자 배우가 되어보고 우리가 찍은 영화도 보고 그러더니 바뀌기 시작했죠. 요즘엔 마을영화 땜에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노인 분들도 많습니다." 월학리에서 촬영이 끝나자 마을에서 세번째로 나이가 많은 최영규(90)씨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마을영화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영화 찍는 순간 항상 즐겁죠. 영화를 같이 찍는 마을 사람들 모두 한 집안처럼 흉허물 없이 지냅니다"

월운리 5살 꼬마 병주부터 월학리 90세 최영규 할아버지까지 영화와 함께 활기차고 웃음이 넘치는 마을은 더 이상 문화의 변방, 허접한 시골이 아니라 그들 모두의 시네마 천국이었다.

더 많은 사진은 포토온라인저널(photon.hankooki.com)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진.글=고영권 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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