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회담의 일정과 형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 북핵 핵심라인인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난다는 게 워싱턴에서 흘러나온 대강의 그림이다. 미 국무부는 금명간 이런 내용의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미 양측은 회담 의제와 회수 등을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기세싸움을 벌였다. 회담 일정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은 쟁점사항들이 상당 부분 정리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측은 당초 2차례 이상의 회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 회수를 늘리는 것은 시간 벌기 의도라는 의구심만 줄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능하면 첫 회담의 내실을 높여 바로 6자회담 재개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북미회담의 성격상 북핵 문제에 중대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엊그제 북미회담의 성격에 대해 "협상이 아니며 실질적인 것에 대한 논의는 6자회담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회담 자체보다는 6자회담 복귀의 디딤돌로 삼는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토록 북미 양자회담을 갈망해온 북한이고 보면 양자회담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의 이 같은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회담의 성과를 결정할 것이다. 북한도 원하는 대가를 얻으려면 6자회담 복귀 의사 등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북미가 양자회담에서 쌓은 신뢰는 향후 재개될 6자회담 진전에 중요한 함수가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 이후의 상황에 대한 준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대대로 6자회담이 재개됐을 경우 어떻게 하면 주변에 머무르지 않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랜드 바겐'이라는 거창한 구상도 좋지만 실질적으로 6자회담 진전을 추동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참가국들의 진정한 요구와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조정할 수 있는 창조적 역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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