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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체제' 지상논쟁·심포지엄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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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체제' 지상논쟁·심포지엄 대결

입력
2009.11.1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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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진보적 학자들 사이에 오랜만에 뜨거운 논쟁이 붙었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한쪽이고 조희연, 서영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가 다른 쪽이다. 공방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 아래의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사회체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서로를 정면으로 통박하는 모습이 시나브로 학계에서 자취를 감춘지라, 이름 있는 학자들이 상대의 틈을 헤집으며 격한 논리를 펴는 모습이 새삼스럽다.

거칠게 경위를 요약하면 이렇다. 손 교수가 먼저 '한국 체제 논쟁을 다시 생각한다'는 논문을 '한국과 국제정치 2009년 여름호에 발표했다. '87년 체제' 형태의 정치적 민주주의 중심으로는 현 모순에 대응할 수 없으므로 반 신자유주의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글이다. 그런데 조 교소와 서 교수가 이를 "경제주의적 관점에 편향된 글"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논문 '체제논쟁과 헤게모니'를 '마르크스주의 연구' 2009년 가을호에 실었다.

"신자유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조 교수와 서 교수의 비판 요지. 이들은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범주만 남을 경우, 지난 20년 동안의 진보적 담론들이 불모화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에 대해 "나를 경제환원론자라는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두들겨 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교수의 논리를 재반박하는 글을 '마르크스주의 연구' 2009년 겨울호에 실을 예정이다.

양쪽은 13일 열리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제2라운드를 갖는다. 이번에는 지상(紙上) 논쟁이 아니라 '한국사회체제론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심포지엄에서 각각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해 얼굴을 맞댄다. ▦'87년-97년 관계론'인가 '97-08년 복합체제론'인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진보진영의 전선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등, 진보적 사회과학 담론의 논점들이 모두 라운드에 오른다.

진보 학계의 시각이 갈리는 분수령은 현재 한국 사회체제를 규정하는 변화의 기점을 1997년으로 보느냐, 아니면 2008년으로 보느냐 하는 차이다. 손 교수는 '97년 체제론'의 입장이다. 1997년에 이르러 한국은 형식적 민주주의 전진(김대중 정부 수립)과 함께 신자유주의체제로 전환이라는 결정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손 교수에 따르면 보수세력의 정권 탈환으로 비롯된 '08년 체제'도 97년 체제의 하위 체제일 뿐이다. 신자유주의라는 패러다임의 질적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조 교수와 서 교수는 08년 체제론에 주목한다. 이들은 97년 체제가 "정치적으로는 87년 체제의 발전의 측면을 지니지만,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포섭되는 퇴행의 시기"라고 분석한다. "97년 체제가 자본주의에 대한 현실 인식이 저하되는 시기임에 반해, 08년 체제에서는 정치 투쟁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발생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됐다"는 시각이다. 이런 관점은 6월 항쟁으로 탄생한 '87년 체제'에 대한 재조명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87년 체제에 합당한 장례식이 필요하다"는 손 교수와 달리 "87년에 내재한 급진적 지향들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체제에 대한 양쪽의 시각 차는 체제 전환을 위한 실천전략의 차이로 귀결된다. 손 교수가 "'반 신자유주의-반 이명박 정권'의 결합"을 주장하는 데 반해, 조 교수와 서 교수는 "좌파적 헤게모니를 접합한 새로운 대항 헤게모니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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