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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실직'이 부른 총기 참사… 美,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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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실직'이 부른 총기 참사… 美, 충격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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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자신이 속했던 조직에 적개심을 안고 살아간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었다. 언제 폭발할 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일상생활은 평범했기 때문이다.

5일 미 텍사스주 포트 후드 기지에서 군의관의 총기 난사로 13명이 사망한 데 이어 6일 플로리다주에서도 해고에 앙심을 품은 실직자의 도심 총격으로 2명이 숨지는 등 무차별 총기살인이 잇따르자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두 사건은 오랜 전쟁과 경기 침체에 기인한 미국 사회의 정신적 외상이 극단적 사회적 적개심으로 표출된 예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곪을 대로 곪은 미국과 미국인의 정신병리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7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군의관 니달 말릭 하산 소령은 5일 아침 기독교인인 이웃주민과 커피를 같이 마셨고, 서로가 믿는 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산은 "아프가니스탄에 곧 파병되는 데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웃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다른 주민은 "그는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로부터 4시간 뒤 300여명의 비무장 동료를 상대로 사상 최악의 미군기지 총기난사 사건을 저질렀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를 담당했던 하산 역시 PTSD에 시달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버지니아 병원의 마리넬 밀러 박사는 "참전군인과 상담하는 이들 역시 전쟁의 적나라한 참상을 반복적으로 들은 결과 엄청난 외상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PTSD에 노출된 참전 미군은 3만4,000명에 달하며 정신적 문제로 군 복무 중 자살한 미군도 117명이다.

여전히 하산의 범행 동기는 확실치 않은 가운데 하산의 가족은 9ㆍ11 테러 이후 그가 이슬람 신자라는 이유로 놀림과 정신적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7일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인 하산이 9ㆍ11테러 범인이 다니던 급진 성향의 이슬람 사원에 다녔다는 데 주목, 무슬림 세력과의 조직적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8명의 사상자를 낸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의 또 다른 환부를 드러냈다. 6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는 샌드위치 가게 종업원인 제이슨 로드리게스(40)가 2007년 자신을 해고한 회사에 찾아가 총기를 난사했다. 범행직후 집으로 피신했다 경찰에 붙잡힌 로드리게스는 "이유 없이 나를 해고한 회사 때문에 나는 능력 없다고 낙인 찍혀 다른 직업을 가질 기회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 후 1년 반 가량 실직 상태에 있는 동안 파산신청에다 이혼까지 했다. 국선 변호인인 밥 웨슬리는 "이 남자의 삶은 지난 1년 동안 신문 1면 헤드라인의 조합과 같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하비 브레너 보건정책 교수는 이그재미너에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병증은 악화일로에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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