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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딴소리 참모 있었다면 히틀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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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딴소리 참모 있었다면 히틀러는 없었다

입력
2009.11.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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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R 선스타인 지음ㆍ박지우 등 옮김/후마니타스 발행ㆍ368쪽ㆍ1만5,000원

1961년 4월 17일 카스트로에 반대하는 쿠바 망명자 1,500명이 쿠바 남서부의 피그스 만을 침공했다. 그러나 이 공격은 쿠바군의 강력한 대응을 받아 실패했고 그로 인해 체면을 구긴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작전 수립을 주도하고 쿠바 망명자에게 훈련 장소와 장비를 제공했다. 그러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망명자의 상당수가 쿠바군에 사살됐으며 생존자는 대부분 생포됐다. 미국 보급선 두 척도 쿠바 전투기에 격침됐고 다른 두 척은 급히 퇴각해야 했다.

미국은 작전의 실패로 쿠바, 소련과 최악의 관계에 빠져들었고 포로 송환을 위해 5,300만달러를 해외원조 형태로 쿠바에 제공해야 했다.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은 "어쩌다 그리 어리석은 계획을 추진했을까"라고 한탄했지만 그것은 케네디와 참모들의 무능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들 우수하고 노련했지만 누구도 침공에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는 "참모 가운데 몇몇이 의문을 갖고 있었지만 온건파 딱지가 붙을 것을 두려워하고 동료의 시선을 거스를 수 없어 그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바 침공의 실패와 그것에 대한 후회는 다른 생각을 표출하지 못할 때 한 사회 혹은 한 조직이 얼마나 큰 손해를 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 에서 저자인 카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생각이 같은 사회는 위험하고 생각이 다른 사회는 건강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저자가 이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든 것은 투자클럽이다. 투자클럽은 자금을 공동 출자하고 공동 투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익이 가장 낮은 클럽은 구성원들이 사교적이었다. 공개적인 논쟁을 거의 하지 않았고 모든 일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반면 수익이 가장 높은 클럽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고 사교적 관계에 빠지지도 않았다.

동조 내지 쏠림 현상은 법원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미국 연방법원 재판부가 1995~2002년 기업가 승소 판결을 내린 비율을 보면 판사 3명이 모두 공화당 지명을 받았을 때는 69%, 2명일 때는 52%, 1명일 때는 44%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명 판사가 모일수록 보수적 판결이 많았고 반대로 민주당 지명 판사가 많을수록 자유주의적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컸다. 이견을 밝히기 어려운 것은 평범한 일반인이나 법적 판단을 내리는 법원이나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견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사회적 쏠림을 낳고 그 쏠림이 집단편향성을 불러오면 히틀러의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남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다수의 견해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우선 꼽는다. 다수의 그것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대개 인기가 없고 따돌림을 받으며 심지어 사회적으로 위협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다수 의견에 동조하면 편하게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물론 국가, 기업 등이 굴러가려면 거기에 맞는 시스템이나 논리가 필요하고 동질적 의식이 요구된다. 모든 이견을 다 높이 평가할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설령 이견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견은 그 자체로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이견 없는 사회 즉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견과 갈등을 좋은 사회와 좋은 조직의 원리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이견을 환영하면 번영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그래서 이견을 존중하고 장려하기 위한 장치를 일부러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내부고발자를 환영하고, 잘못된 관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직원을 처벌하지 않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보상하겠다고 밝히는 것 등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장치들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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