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초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던 모건화(Morganization)가 부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JP모건체이스은행이 헬스클럽 체인부터 잡지출판사까지 경영위기에 봉착한 비금융 기업들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문어발' 기업집단으로 변모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모건화'라는 용어는 20세기 초 전설적 은행가 존 피어폰트 모건이 과잉 중복투자로 파산 위기에 처한 철도회사들의 회생에 사용한 투자전략에서 유래했다. JP 모건은 헐값에 철도회사 지분을 인수해 통합한 후 중복노선을 조정하고 열차요금을 올려 단기간 내 연간매출액이 당시 미국 일년 세입의 절반에 이르는 거대기업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이후 철강, 석유 등 전분야로 발을 뻗쳐 미국 경제전반에 막대한 독점폐해를 남겼다.
물론 21세기 모건화는 20세기와 차이가 크다. 우선 돈을 빌려줄 때 기업경영권 인수가 필수조건이었던 20세기와 달리 오늘날 모건화는 경제위기 속 불량채권 회수과정에서 벌어진 우연한 결과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금융회사 스스로도 공정성과 신뢰도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비금융사를 장기 소유하는 것을 타부시한다.
하지만 JP모건투자은행의 후신인 JP모건체이스는 타 은행에 비해 이 같은 금기에 대해 유연하다. JP모건 부실채권 담당자는 "우리가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은 일시적으로 경영상태가 악화한 건실기업들"이라며 회생이 확실해져 채권손실을 만회할 때까지 장기 보유할 뜻을 WSJ에 밝혔다.
신문ㆍ잡지 출판사인 저널레지스터, 미 최대 헬스클럽 체인 발리 토탈피트니스, 침대 매트리스회사 슬립이노베이션, 세계2위규모 차동차 시트회사 리어 등이 그 예다. 저널레지스터의 경우 채무 7억달러를 변제 받고 신규로 2억2,500만달러를 지원받는 대신 구조조정을 마친 회사지분 거의 전부를 JP모건에 넘겼다.
WSJ은 "21세기 모건화는 JP모건체이스가 수 십 개 비금융기업을 인수해 수만명의 직원들을 구제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었다. 금융과 산업의 관계가 세계금융위기 속에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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