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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8> 최치원의 '풍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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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8> 최치원의 '풍류도'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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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현묘(玄妙)한 도(道)가 있는데, 이를 풍류(風流)라 이른다. 이 가르침을 베푼 근원은 선사(仙史)에 자세히 실려 있는데, 곧 삼교(三敎)를 포함하여 중생을 교화한다.(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備祥仙史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최치원: <난랑비서(鸞郞碑序)> )

'풍류도'는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ㆍ857~?)이 '나라의 현묘한 도'로 전하고, 민족문화의 정신으로 이어진 사상이다. 최고운은 이 현묘한 도를 풍류라 이르며, 특히 이것이 외래 종교인 삼교를 포함하여, 중생을 교화해 온 고유의 사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삼국사기> 에서는 이 사상을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 대에 화랑도를 일으킨 바탕 정신이었다 하고, 이를 '풍월도(風月道)'라 하여 문무왕 대까지 1세기 동안 특히 융성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도를 '가르침을 베푼 근원(設敎之源)'이라 하고, 세 가지 교과목을 '도의로 서로 연마하고(相磨以道義), 노래와 춤으로 서로 즐기며(相悅以歌樂), 산천을 찾아 노닌다(遊娛山水)'고 하였다.(진흥왕 37)

이것은 결국 도의로 이룩되는 인간관계와 가무로 이룩되는 예술 생활과, 산수 속에 노니는 자연 사랑의 조화를 목표로 하는 정신문화였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유ㆍ불ㆍ선 삼교를 포괄하며, 뭇사람을 교화하는 조화로운 정신으로, 최고운은 이것을 공자의 충효사상과 노자의 무위자연과 석가의 제선봉행(諸善奉行)으로 부연했다. '풍류'나 '풍월'의 '풍(風)'자 또한 일찍부터 동아시아에서 자연의 한가함이나 예술의 정서와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뜻으로 존중된 개념이었다.

중국에서도 <시경(詩經)> 시(詩)의 첫째 원칙으로 '풍(風)'은 '국풍(國風), 곧 민요를 가리켰고, 또한 시로 아랫사람을 교화하는 풍화(風化)와 윗사람을 풍자(諷刺)하는 뜻을 모두 가졌다.

삼교를 포괄하는 현묘한 도였다는 해석에서 풍류는 한민족이 세계 종교사상을 자기 종교문화로 수렴해 온 민족의 영성(靈性)으로 다시 주목할 만하다. 영성이란 사람뿐이 아니고 자연과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정신적 성품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원효의 화쟁(和諍) 사상에서 지금 종교들 사이의 다원주의 사상으로 이어졌다.

일찍이 민족의 영성에 눈뜬 다석 유영모(柳永模)의 종교다원주의 사상은 유동식(柳東植) 교수의 풍류신학으로 한국의 문화신학(文化神學)을 추동했다. 유교수는 풍류도를 '한←包含三敎' '멋←풍류도' '삶←接化群生'으로 풀어'한 멋진 삶의 문화'로 설명했고, <다시 쓰는 택리지> 의 지은이 신정일 선생은 오늘도 풍류마을을 꿈꾸며, 이 세상에서 누리며 살 수 있는 공존하는 평화를 유세한다.

그런데 최근 조계종의 불교계 의식 조사에서는 대상 스님 1,000명의 81%가 종교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고, 그 중요한 갈등이 정권의 종교편향 정책과 개신교에 있다고 대답했다 한다. 풍류사상으로 조화하는 평화의 영성이 오늘에 필요한 까닭이다.

동국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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