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미술 컬렉터로 꼽히는 김창일(58) 아라리오 회장이 대표적 소장품들을 내보인다. 1989년 천안에서 문을 연 아라리오 갤러리의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소장품 3,000여점 가운데 엄선한 35점이 10일부터 아라리오 천안과 서울 갤러리에서 나뉘어 전시된다. 지난 7월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에 의해 세계 200대 컬렉터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김 회장의 소장품답게 마크 퀸,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지그마 폴케, 네오 라우흐, 키스 해링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마크 퀸이 자신의 피 4리터를 뽑아 제작한 두상 조각 '셀프'는 6년 만에 국내 관람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셀프'는 영하 10도로 냉장 보관되고 있다. 김 회장은 "피가 녹지 않도록 하려면 온도와 습도를 철저하게 유지해야 한다. 보관이 너무 힘들지만, 현대미술은 이런 것도 각오해야 한다"며 웃었다.
단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갖고 있다고 세계적 컬렉터가 될 수는 없다. 앞선 안목과 빠른 판단,그리고 재력이 겸비돼야 한다. 지그마 폴케의 작품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 앞에 선 김 회장은 총 쏘는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이 나보고 이 작품 제목처럼 빠르다고 해요. 1998년 달라스미술관 전시에서 작품을 보고 60만 달러에 사들였는데 요즘은 200만~300만 달러 정도 합니다."
김 회장은 '씨 킴'이라는 이름으로 작품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런 작품들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현대미술을 보여주고 싶어서 마련한 것"이라면서 "나같은 사람이 또 생기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전시는 내년 1월 10일, 천안 전시는 1월 24일까지 열린다.
천안=글ㆍ사진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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