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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다시 오고 싶은' 한국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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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다시 오고 싶은' 한국 만들어라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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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페트로비치(27ㆍ가명)씨는 8월 초 발목과 정강이뼈 골절로 러시아 병원에 입원했지만 3주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진단조차 받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외국 병원을 알아봤는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의료 수준은 높지만 값이 비쌌고, 태국은 저렴했지만 의료 질을 믿을 수 없었다.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의료 수준과 가격이 미국 일본과 태국의 중간 수준이어서 적당했다. 두 곳을 놓고 고민하던 그는 결국 한국을 택했다. 거리가 가까워 항공료가 적었기 때문이다.

경희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1개월 만에 거의 완치된 그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외국행 환자 10명 중 2명은 한국을 선택한다"며 "2, 3년 전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환자들도 같은 이유로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국의 외국인 환자 유치가 급증하고 있다. 본보 조사 결과, 5월 1일 외국인 환자 유치 및 알선 행위를 합법화한 개정 의료법 시행 이후 9월까지 5개월 간 주요 7개 의료 기관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1만2,977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9.8% 증가했다. 법 시행 초기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 의료 서비스를 한 번 경험한 사람이 또 다시 한국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가령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이 병에 걸리면 한국에 오고, 이들의 입 소문을 내 주변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 '선순환'이 반복돼야 하는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140명에게 한국 의료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의사를 물은 결과, '매우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첫 번째 이용자의 경우 49.2%였으나 2회 이상 이용자는 44%로 5.2% 포인트 낮았다.

가장 큰 문제는 동일한 수술이라도 비용이 병원별로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불투명한 수가 구조다. 같은 수술을 남보다 엄청 비싼 가격에 받은 사실을 아는 순간,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은 확 사라진다.

'30분 대기 3분 진료'로 대표되는 한국 의료 서비스의 고질병인 불친절도 외국인 환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외국인 환자를 일선에서 안내하는 코디네이터와 마케팅 인력 등이 매년 1,000명 이상 배출되고 있지만 공인 자격증이 없는 탓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다시 한국을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을 앗아가는 요인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도 중요한 과제지만 이 역시 미비한 점이 많다. 의료사고 발생 시 국내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을 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 등 보상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외국인은 물론, 그들을 진료하는 의료진까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외국에서 한국 병원의 치료비를 알아보다가 늦장 답변에 지쳐 한국 방문을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싱가포르는 1, 2시간 내 답변을 해 주지만 한국 대형 병원들은 3, 4일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이 너무 급하게 진행돼 온 만큼 지금이라도 숨 고르기를 하면서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철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사무총장은 "의료 관광 초기라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환자가 오고 있지만 '2012년 외국인 환자 수 14만명, 경제적 효과 1조3,030억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제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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