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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대홍수:라틴 아메리카…' 이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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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대홍수:라틴 아메리카…' 이성형

입력
2009.11.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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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는 변화의 조류가 늦게 도달하는 깊숙한 땅이다. 공업화, IT혁명의 밀물과 썰물이 온 세상에 들고 날 때도 이곳은 광활한 농업지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흐름만은 예외인데, 1980년대 초 터진 외환위기를 수습하면서 중남미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가장 먼저 경험했다.

이성형(50ㆍ사진) 서울대 HK연구교수가 쓴 <대홍수: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 (그린비 발행)은 홍역을 먼저 겪은 중남미의 사례를 통해, 세계에 드리운 신자유주의의 위기 극복을 모색하는 책이다. 그는 멕시코의 콜레히오 데 메히코, 과달라 대학 등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로 인한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병폐를 소개하면서도, 섣불리 신자유주의가 실패했다고 결론짓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재정 건전화, 인플레이션 퇴치라는 공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구조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에는 실패했고, 전략산업이 탈(脫)국적화하는 결과도 낳았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금융시장의 국제화와 맞물려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을 떠나 살 수 없게 된 지금, 이 속에서 경쟁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이 좌파 정부를 선택함으로써 신자유주의 물결을 거부하는 흐름에 주목한다. 그러나 그가 방점을 찍는 부분은 좌파의 전통적 급진성이 아니라, 니카라과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사민주의화처럼 중도화하고 있는 좌파의 모습이다. "좌파 정부라고는 하지만 경제 정책에서 큰 변화를 찾아볼 수는 없습니다. 궁핍한 재정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무리한 변화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요. 다만 에너지 자원 수출에서 벌어들인 부를 사회정책에 투입하는 모습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종속성을 강화시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시각인데, 그가 가장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기간산업의 민영화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쓰라린 실패가 한국에서 되풀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스, 전력, 수도 같은 산업을 민영화시키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런 산업은 경쟁체제로 디자인하기 힘들고, 쪼개서 민영화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수직적으로 통합돼 과점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공기업 체제의 경영 효율화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것이 라틴아메리카의 지난 20년에서 한국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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