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축하객이 되기 위한 옷차림과 애티튜드에 대한 어드바이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웹 서핑 중 이 같은 타이틀을 발견하고 일요일에 있을 친구의 결혼식을 떠올렸다. "천편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자율적인 분위기의 예식을 늘고 있다"는 기사 형식의 이 정보는 "하객의 옷차림 역시 '한 벌 슈트'라는 과거의 공식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박씨는 자연스럽게 기사 옆에 놓인 '파스텔톤 카디건' 아이콘 위로 마우스를 옮겼다. 결국, 오늘도 계획하지 않았던 충동구매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용산 아이파크몰에 이어 지난 9월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 영등포 타임스퀘어까지 문을 열면서 대한민국이 몰링(mallingㆍ한 장소에서 쇼핑을 비롯한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소비행태)에 빠졌다.
게다가 이 메가트렌드에 국내 유통의 큰 축인 온라인 쇼핑몰도 빠질 수 없다. 6일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 따르면 그간 가격 경쟁력을 주요 승부처로 삼았던 온라인 쇼핑몰들이 다양한 콘텐츠 생산으로 고객의 사이트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몰링의 기본은 영화ㆍ공연
흔히 기존의 쇼핑과 몰링을 구분 짓는 잣대로 삼는 것은 영화관의 입점 여부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월 '친근한 쇼핑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을 선언한 인터파크의 홈페이지 개편은 몰링을 지향한다. 이벤트 배너와 상품 이미지 중심으로 메인 페이지를 구성했던 이전과 달리 공연ㆍ영화 예매 등 무형 상품 정보를 전면 배치해 홈페이지를 새로 꾸몄다. 뮤지컬, 연극, 영화 등의 짤막한 동영상 서비스와 책ㆍ공연 리뷰 등의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관리자가 설정한 카테고리가 아닌 '할머니 눈을 20대 아가씨눈으로 바꿔 주는 아이크림' 식으로 고객이 직접 설정한 상품리스트를 등록할 수 있고, 그대로 검색까지 가능케 한 '오픈 리스트' 서비스는 쌍방향성을 지향한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다른 사람의 리스트에 자신이 선택한 상품을 추가해 넣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쇼핑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게 인터파크측의 얘기다.
명품 바이어들, 뒷이야기를 전하다
CJ몰은 지난 여름부터 최신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담은 '오트렌드'라는 웹진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 식, 주, 유(遊)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트렌드를 전달하는 동시에 콘텐츠 내에서 곧바로 연관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링크 시스템을 갖춰 놓은 웹 페이지다. 또한 CJ몰 내 '오럭셔리 패션관' 코너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기획전 형식을 띤다. 담당 MD의 구매 출장 뒷이야기가 상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상품 정보만 있는 다른 기획전에 비해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그만큼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입담 고수들, 쇼핑 호스트를 위협하다
온라인 쇼핑의 한 축인 TV홈쇼핑 업계도 채널을 바꾸느라 분주한 리모컨 고객의 '손길'을 붙잡는 데 애쓰고 있다. GS샵이 지난 1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디토 TV쇼'는 '지상파의 예능 또는 교양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재미'를 콘셉트로 한다. 제품의 장점만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는 일반적인 홈쇼핑 판매 방식을 버리고 일상의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상품의 특징을 녹여낸다. 이를 위해 과감히 외부 인력을 진행자로 기용했다. 방송인 오정해씨와 스타일리스트 김우리씨, 피부과 원장인 정혜신씨 등 문화, 웰빙, 트렌드, 생활, 기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방송 무대에 선다.
이성호 인터파크 서비스실장은 "고객들이 백화점의 윈도쇼핑을 즐기듯, 구매보다는 즐길 수 있는 정보를 찾아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며 "앞으로도 재미와 즐거움, 친근함을 키워드로 한 개편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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