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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콩쥐는 예쁘고 팥쥐는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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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콩쥐는 예쁘고 팥쥐는 못생겼다?

입력
2009.11.0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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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희 지음/ 창비 발행ㆍ376쪽ㆍ2만원

"어느 날 훗어머니는 콩쥐헌티는 보릿저 밥에 삼년 묵은 씬 된장을 싸줌서 나무 호맹이로 자갈밭 지심을 매라 허고, ?쥐헌티는 허연 옥백미 밥에다 괴기 반찬을 싸주고 쇠 호맹이로 모래밭으 지심을 매라고 ?다."(1918년 전북 정읍에서 채록된 구전민담 '콩쥐팥쥐')

중모리 장단에 척 걸쳐야 제 맛이 날 듯한 콩쥐팥쥐다. 알록달록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오늘의 콩쥐팥쥐와 사뭇 다른 내음인데, 아마도 그건 질화로 곁에서 손주에게 무릎을 내 주시던 할머니의 체취일 것이다.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은 이처럼 서양 동화의 공식에 물들기 이전 우리 옛이야기의 본래 빛깔을 찾아 되살린 기록이다.

어린이책 평론가인 저자 김환희씨는 옛이야기들이 '입'이 아닌 '책'으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어떤 변용과 왜곡을 거쳤는지를 꼼꼼히 분석했다.

책은 한국의 옛이야기와 서양의 옛이야기를 다룬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각 8가지의 전통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우리 옛이야기를 담은 1부에는 콩쥐팥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바리공주, 구렁덩덩 신선비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한국의 어린이책들이 옛이야기의 본래 모습과 가치를 잃어버린 채 복제되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식의 뼈대.

예컨대 오늘날 그림책들은 하나같이 콩쥐는 곱게, 팥쥐는 밉게 그리고 있는데, 본래 콩쥐팥쥐 이야기는 선악 관념을 외모의 미추(美醜)로 치환한 적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콩쥐의 죽음과 재생을 통해 완성되는 권선징악은 현대에 와서 원님을 통한 신원(伸冤)으로 대체되는데, 신데렐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런 결말은 의존적 여성상을 드러내는 문화적 퇴행이라는 것이다.

서사 무가(巫歌)인 바리공주, 또는 바리데기 이야기도 현대의 어린이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시성과 입체성을 잃고 평면화된 사례로 소개된다. 저자는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가 강하고 민족서사시의 측면까지 지닌 바리공주 이야기가 눈물범벅의 가냘픈 소녀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며 서양 옛이야기 속의 백설공주로 변해버린 바리데기를 안타깝게 짚는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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