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이 그랬다는 듯이
삐뚤빼뚤삐뚤 동요가 흘러나오던 입술이 꼭 닫히고
가장 고요한 부분이 패인다
눈을 깜박일 때
없어졌다가
같은 바다가 보인다
찬 겨울에 눈썹이 사라지는 이야기는 무서웠지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
눈썹 같은 건 없어도 되지 않겠니?
안 돼요
우리는 꼭 붙어 앉아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눈을 깜박일 때
없어졌다가
영영 사라질까봐 눈을 못 뜨는 이야기는 슬펐지
헤어져서
우리는 왜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흔들리지 않는 시멘트 벽에 기대어
● 지난주에 광안리에 갔습니다. 저녁 바다는 맥주를 마시는 우리 발치까지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더군요. 얼마 만에 다시 가 본 광안리인지 모르겠더군요. 지난 광안리 바다와 이번 광안리 바다 그 사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요.
저는 또 무엇을 새로 보고 또 무엇을 새로 느꼈는지요. 다시 가 본 광안리에서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새로운 인생과, 또 그 인생을 가득 메우고 있을, 하지만 저로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거기 바다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원한다면 오늘 안에 그 바다를 볼 수 있으니 KTX도 고마워요. 다시 광안리에 갔을 때, 우린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바다와 마찬가지로 삶도 늘 새롭네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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