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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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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연인들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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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이 그랬다는 듯이

삐뚤빼뚤삐뚤 동요가 흘러나오던 입술이 꼭 닫히고

가장 고요한 부분이 패인다

눈을 깜박일 때

없어졌다가

같은 바다가 보인다

찬 겨울에 눈썹이 사라지는 이야기는 무서웠지

불면 날아갈 것 같은데

눈썹 같은 건 없어도 되지 않겠니?

안 돼요

우리는 꼭 붙어 앉아서

더 좋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눈을 깜박일 때

없어졌다가

영영 사라질까봐 눈을 못 뜨는 이야기는 슬펐지

헤어져서

우리는 왜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흔들리지 않는 시멘트 벽에 기대어

● 지난주에 광안리에 갔습니다. 저녁 바다는 맥주를 마시는 우리 발치까지 밀려왔다가 또 밀려가더군요. 얼마 만에 다시 가 본 광안리인지 모르겠더군요. 지난 광안리 바다와 이번 광안리 바다 그 사이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요.

저는 또 무엇을 새로 보고 또 무엇을 새로 느꼈는지요. 다시 가 본 광안리에서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새로운 인생과, 또 그 인생을 가득 메우고 있을, 하지만 저로서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거기 바다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원한다면 오늘 안에 그 바다를 볼 수 있으니 KTX도 고마워요. 다시 광안리에 갔을 때, 우린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바다와 마찬가지로 삶도 늘 새롭네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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