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요미우리의 스프링캠프. 이승엽(33ㆍ요미우리)은 자신의 위치를 '바닥'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땅바닥이다. 올시즌 반드시 치고 올라가 빛을 보겠다." 이승엽은 국내 복귀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끝내더라도 여기 일본에서 그만두겠다"는 각오였다.
7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시리즈(7전4선승제) 6차전. 전날까지 3승2패로 앞선 요미우리는 이날 니혼햄을 2-0으로 제압, 2002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승엽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8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선 이날 성적은 3타수 무안타 1삼진. 6차전까지 성적은 타율 2할5푼(12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이 고작이었다. 정규시즌 부진을 일본시리즈에서 한 방에 날리려 했으나 대타 아니면 하위타순으로 밀리는 등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다.
지난 시즌 왼 엄지 수술 후유증으로 타율 2할4푼8리 8홈런 27타점에 그친 이승엽은 올시즌을 앞두고 단단히 칼을 갈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포기하고 일본 무대 명예회복에만 골몰할 만큼 의지가 남달랐다. 그러나 이승엽은 2년 연속 부진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2할2푼9리 16홈런 36타점. 타율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허리 통증 탓에 정상적인 타격이 힘들었고 2군에 머무는 사이 경쟁자들이 이승엽의 자리를 낚아채며 승승장구했다. 외야수에서 1루수로 변신, 타율 2할9푼 25홈런 71타점을 기록한 가메이는 올시즌 요미우리 최고의 발견으로 꼽힌다.
2005년 지바 롯데에서 우승을 맛본 이후 4년 만에 정상에 등극, 양대 리그에서 번갈아 챔피언에 오른 이승엽이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내년은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의 마지막 해. 코너에 몰린 이승엽은 14일 KIA와의 한-일 클럽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예년보다 일찌감치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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