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물론 학자들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녹색성장이 이제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이나 뉴스에 이제는 너무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 녹색 성장의 경제학적 의미를 한번 정리해 보았으면 한다.
중요하지만 어려움이 많은 과제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여러 가지 환경오염물질이 발생되어 이제는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를 일으킬 정도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이제부터는 환경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자는 것이 녹색성장이다. 그런데 이런 녹색성장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수반된다.
첫째,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전문가들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문제이다. 산업화로 인하여 탄소 배출이 늘어 지구의 기후가 온난화되고 있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연 지구 온난화로 자신이 무슨 피해를 입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해파리 떼가 몰려와서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철이 되면 오히려 꽃게나 조기가 풍년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니 일반인들은 정확히 무슨 피해가 발생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 전문가들도 지금 현재가 아니고 몇 십 년 또는 몇 백 년 후의 피해를 예상해야 하므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울 것이다. 또 이런 환경문제가 미래에 인류에 큰 재앙이 되는 정확한 시기가 몇 십 년 후가 될지 아니면 몇 백 년 후가 될지 알기는 어렵다.
반면 이런 먼 훗날의 환경문제가 염려되어 당장 탄소를 비롯한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려고 하면 경제적으로는 큰 부담이 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고 실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과연 먼 훗날 후손들을 위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얼마만큼 감내할 수 있을지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둘째, 환경 문제는 한 개인만의 노력이나 한 국가만의 노력이 거의 의미가 없다. 한 개인이나 한 국가가 아무리 탄소 배출을 줄인다 하더라도 다른 개인들이나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보람이 없게 된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나 한 국가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상황은 다른 모든 개인이나 국가들이 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자기만 줄이지 않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 온난화는 상당히 저지되면서 탄소 배출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은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색성장은 모든 개인과 국가들이 동시에 실시하도록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미 국제적으로 교토(京都)의정서가 채택되었고 한 달 후에는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합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선진국들이 산업화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해 놓고 이제 와서 개발도상국들의 탄소 배출을 막는다는 논리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등 이런 합의들이 결코 순탄치 못할 것이다.
셋째, 많은 개인들이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여 보통 자동차보다 몇 천 만 원을 더 주고 전기자동차를 구입하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결국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 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리라 본다. 다시 말하면 세금이 늘어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거대화된 정부의 역할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는데, 과연 정치적으로 가능한 일이며 더 나아가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경제성 갖춘 환경기술 개발해야
넷째, 하지만 이런 환경 오염물질의 감소 말고 녹색성장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준 새로운 의미는 에너지 절약 및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기술 개발로 오히려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자극을 받아서 환경관련 기술의 개발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 같다. 정말 경제성도 있으면서 환경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전 세계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녹색성장이라는 화두에 보다 깊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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