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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변화' 피로증과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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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변화' 피로증과 오바마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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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 두 자리를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면서 끝난 미국의 11ㆍ3보궐선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해 대선 이후 양당이 첫 맞대결한 이번'리턴 매치'에서 유권자의 표심이 지난해 대선 표심과는 확연히 달라진 때문이다.

지지 하락 입증한 미국 보선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허상만 좇는 보수, 진보의 이념논쟁이 사라졌다는 것과 중도파로 분류되는 무당파층이 대세를 결정짓는 '상수'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무당파가 이념보다는 현실과 실용을 중시한다고 볼 때 무당파의 등장과 함께 이념논쟁이 사라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크리스티 후보와 밥 맥도널 후보는 조지 W 부시 정권 당시 공화당이 단골 메뉴처럼 내세웠던 '온정적 보수주의'를 배격했다. 구태의연한 이념 공세로는 주류로 등장하는 무당파를 끌어안을 수 없을 뿐더러 구시대의 분열적 사고라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총기소유, 낙태, 동성애 등 이념적 이슈는 선거기간 내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패배를 의식한 민주당 후보들이 막판 색깔공세를 폈을 뿐이다. 세금과 일자리, 경기 회복 등 현실적 체감 이슈가 선거 내내 유권자의 표심을 이끈 처음이자 끝이었다.

유권자들은 왜 공화당 후보들을 선택했을까. 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경제를 더 잘 살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답은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에 있다. 변화를 기대하던 유권자들이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스 위 캔'을 외쳤던 오바마 대통령이 말을 조금씩 바꾸는 것도 미덥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방예산안에 서명하면서 "변화는 어렵다"고 했고, 그 며칠 전에는 "변화가 쉽지 않다" "변화는 하룻밤 사이에 오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변화의 방향도 유권자가 우려하는 것이다. 천문학적 재정적자, 승산 없는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실체를 알 수 없는 건강보험 개혁 등이 진정한 변화를 위한 것인지 유권자들은 확신하지 못한다. 뉴욕타임스가 4월부터 10월까지의 오바마 지지도를 분석한 결과 무당층에서 13%가 오바마 지지에서 이탈했고 이것이 오바마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오바마의 후광이 없어졌다는 것, 오바마의 '울림'이 더 이상 메아리치지 않는다는 것, 그런 것들이 이번 선거의 메시지가 아닐까.

오바마에 대해 유권자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은 오바마의 대외정책, 특히 북한 핵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부시 정권을 포함, 과거 미 행정부가 국내 정치적 상황에 휘둘려 대북정책의 원칙과 명분을 스스로 허문 사례가 없지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을 거듭하는 것도 미국에 대한 '학습효과'가 한 원인일 것이다.

변화 과정 설득할 수 있어야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해 또다시 설익은 과일에 집착한다면 북핵 문제는 또 퇴행할 수 있다. 아프간 파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러시아의 핵군축 등도 마찬가지이다. 오바마를 높이 평가하던 유럽조차 최근 아프간 등에서 미국의 정책이 고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불평한다. 공화당은 오바마 1년의 외교는 '사과의 외교'라고 평가절하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변화의 과정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일이다. '어렵지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정치와 외교를 모두 얻을 수 있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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