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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효율적 과학기술 지원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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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효율적 과학기술 지원체제

입력
2009.11.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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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의 정부 예산이 10조원을 훌쩍 넘어 총 예산의 5%에 이른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 투자는 아직 축적이 부족하여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또 과학기술 지원체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절실하다.

과학기술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국과위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예산 배분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도록 돼 있다. 국과위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정부의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면서 발생하는 중복 투자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도록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국과위는 차관급인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위원회 간사 역할을 맡아 정부조직의 성격과 기능을 지녔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위원회 사무국을 교육과학기술부의 국(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대통령실 담당 수석비서관이 간사 역할을 맡고 사무국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전문위원회를 활성화하도록 체제를 바꾸었다. 그러나 이런 조직 개편에 따라 한 해 13조원에 가까운 각 부처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기획, 조정하는 위원회 업무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은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 3명이 모두 교육 전문가들이어서 과학기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필요한 간사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또 사무국 기능을 보완하는 민간전문위원회도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돼 국과위가 과학기술 지원정책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국과위 조직체계는 참여정부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간사와 사무국이 과학기술부 내의 조직이어서 다른 부처 사업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사무국 직원 역시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원래 소속 부처와의 관계를 먼저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에서 위원회 간사를 부처 소속이 아닌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맡도록하고 민간전문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을 채택한 것은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각 부처와의 이해관계는 위원회 사무국이 교과부 내 조직으로 남아 있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간사의 전문성과 사무국의 중립성의 문제가 더해진 셈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위원회 간사와 사무국을 연구개발을 시행하는 각 부처와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간사에게 각 부처의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간사로 지명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사무국도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전문 인력으로 구성해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국과위 조직을 다시 확대 개편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효율적인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목표와 어긋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의 5%에 이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관련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이다.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조직을 대폭 줄이고, 고유한 임무에 적합한 조직을 만드는 일을 마냥 꺼리거나 미뤄서는 안될 것이다.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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