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 버스 운행', '대입 전략팀 구성', '학생 개인별 교육활동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 시행을 앞두고 최근 중3생 9만5,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계고에 대한 모의배정에서 미달한 '비선호학교'들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비록 모의배정 이지만 학생들의 지원 외면 현상이 다음달 15일 시작될 고교선택제 원서 접수에서 그대로 나타날 경우 학교 존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보조금을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정원감축을 통해 폐교를 유도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번 모의배정에서 일반고 214곳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비선호학교는 공립 6곳, 사립 8곳 등 모두 14곳이었다. 이들 학교를 비롯해 정원을 겨우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들이 살아남기에 '올인'하고 있는것이다.
강북에 있는 A고는 모의배정때 10명이나 미달했다. 가뜩이나 교통이 안좋은 곳에 위치한데다, 5분여 거리에 유흥가가 밀집한 열악한 교육 환경이 학생들이 지원을 꺼린 이유다.
이 학교는 교통불편 해소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최근 통학버스를 운행하기로 결정했다. 김모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원 기준이 접근의 편의성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우수 교사 영입을 서두르거나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교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의 학력 신장에 초점을 맞추는 학교도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및 학업성취도평가 공개 등으로 학교 간 서열화가 현실화하면서 기피학교가 자연 알려진 탓이다.
모의배정에서 가까스로 정원을 채운 B고는 학생 수준을 감안한 맞춤식 대입정보 제공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담당할 신규 교사 채용과 함께 입시 담당 교사 대상의 전문 연수를 당장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이 학교 이모 교감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잘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다는 소문이 나야 할 것"이라며 "교사 전문성을 기르는 데 온 학교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에 있는 C고는 진학 담당 교사와 외부 입시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입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구성했고, 일부 학교들은 대입 전형의 핵심으로 떠오른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학생 교육활동 개인DB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비선호학교의 자구책과 함께 우수학생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한 선호학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강남구 B고는 최근 중학생 대상의 수학, 과학, 영어, 논술경시대회를 열어 성적 우수 학생을 시상하고 단체 표창도 했다. 같은 강남권 D고는 올해부터 지역 중학생들에게 무료 논술강좌를 하면서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교선택제 뚜껑이 열리면 교육당국의 채찍과 당근이 현실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교육청은 일부 비선호 공립고의 경우 자율형공립고로 바꾸거나 추가적인 환경개선 방안을 강구하되 선호 공립고는 정원을 늘리거나 보조금을 확대하는 식의 인센티브도 부여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선택제 첫해는 비선호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이 기피한 이유를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해 선(先) 원인 분석, 후(後) 개선안 마련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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